매경닷컴 MK스포츠(美 메사) 안준철 기자
“7kg 빠졌다. 현재 68kg다. 10년 만에 이 몸무게로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35)가 돌아왔다. 더 슬림해졌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도 있었다. 의무감과 책임감이었다. 이용규는 올 시즌 독수리 군단의 캡틴이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이용규는 누구보다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살은 빠졌지만, 몸은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룸메이트인 노시환(20)은 하루 정해진 운동량을 모두 소화하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 한화 이글스 캡틴 이용규가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레드마운틴구장에서 MK스포츠와 인터뷰 후 엄지 척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美 메사)=안준철 기자 |
2019시즌 이용규의 기록은 없다. 뛰질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고 나서,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화 구단은 이용규에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 경기도 뛸 수 없고, 구단에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이용규는 홀로 운동을 해왔다.
돌아온 이용규는 주장이 됐다. 선수단이 결정했다. 한화에서는 두 번째 주장이다. 김성근 감독 시절 주장을 맡은 적이 있다. 물론 그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차이는 크다. 이용규는 “그때는 정신도 없었고, 뜻하지 않는 부상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올해는 사연도 있고, 열심히 해야 할 의무감 있어서 많이 다르다”고 덤덤히 말했다.
올해는 자신의 기동력을 더 살리기 위해 체중을 줄였다. 이용규는 “나 같은 유형의 선수는 스피드가 핵심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하면서 근육량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 물론 힘이 빠지는 건 아니라서 (감량하는데) 부담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 공백에 따른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용규는 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이용규는 “과거 시즌 초에 다쳐서 1년 쉰 적도 있다. 또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는 선수도 더러 있지 않나. 1년 쉬고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건 선수로서 핑계다”라며 “걱정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은 잘 알지만, 운동을 못한 것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못 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내가 철저히 준비를 잘하면 문제는 없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감이 커진 건 팀 성적 추락이다. 2018시즌 정규시즌 3위를 거뒀던 한화는 2019시즌 9위에 그쳤다. 이용규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이 무겁다. 그는 “작년에는 감독님이 구상 하신 대로 잘 안 돌아갔다. 선수들이 이제 믿음을 줘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며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 캠프도 반환점을 돌았다. 심적으로 짜증 나고 힘든 시기다. 이럴 때 릴렉스가 중요하다. 나보다는 코치님들이 잘 해주셔서 분위기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으로 리드오프로 이용규는 더 많이 뛸 생각이다. 이용규는 “우리 팀은 타격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시즌 내내 라인업을 유지한다면 좋은 승부 펼칠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며 “출루를 많이 하는 게 내 개인적인 목표이자 바람이다. 타율 3할은 당연하고, 도루 20개 이상을 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이용규는 올 시즌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엄지 척’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 타자들이 안타를 때리거나, 득점을 하거나, 팀이 승리하는 등 좋은 일이 있을 때 다 같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세리머니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중석의 팬들의 동참도 이끈다는 계획이다. 주장으로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의도였
“엄지는 많이 들어야 좋다. 팬들께서 지겨워하실 정도로 들어야 팀이 좋은 것 아니냐. 팬분들이 손 올리기 힘들 정도로 하겠다.” 주장 이용규의 올 시즌 공약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