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일본 오키나와현 아카마볼파크의 감독실. 책상 위에는 ‘미래의 속도’라는 책이 놓여있다. 허삼영(48) 삼성 감독이 스프링캠프 기간 틈틈이 읽는 책 중 1권이다.
앞으로 세상을 새롭게 만들 4가지 메가 트렌드를 소개하는 경영 서적이다. 야구와 관계없을 법한데 ‘관리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허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미래를 대비해 트렌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새로운 야구를 선언했다. 데이터 야구의 강화다. 데이터 야구는 현대 야구의 트렌드다. 허 감독은 트렌드를 읽은 야구인이다. KBO리그 최초로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용한 그는 최고의 전력분석원으로 평가됐다. 삼성 왕조의 숨은 공신이었다.
↑ 허삼영 삼성라이온즈 감독은 지난해 9월 30일 사자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순간부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日 오키나와)=이상철 기자 |
트렌드와 허 감독은 끈끈한 연결고리다. ‘미래의 속도’라는 책이 그의 손에 들려 그의 눈에 읽히는 이유다.
지난해 9월 30일 전력분석팀장에서 감독으로 선임된 그가 먼저 꺼낸 말은 ‘좋은 조직’이었다. “야구는 1인 스포츠가 아니다. 각 파트가 결속할 수 있도록 선수단을 잘 관리하는 게 내 역할이다.” 허 감독의 출사표였다.
트렌드를 읽는 관리자는 짧은 시간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사자군단의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가볍지 않다. 허 감독이 정한 기준 아래 선수들은 ‘진지한 태도’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투명한 과정과 공정한 경쟁이다. 결승선까지 선수들이 스스로 달려가야 한다. 선입견도 없다. 무릎 통증으로 조기 귀국한 이학주와 통화한 일화를 공개하면서 허 감독은 “난 (선수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선수들에게) 친한 형이 아니라 냉정한 관리자다”라고 밝혔다.
당근과 채찍을 손에 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스프링캠프 기간이 9일 더 연장됐다. 현명한 결정이나 공허함에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부상, 사고 등 위험성이 크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에 선수들이 직접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면서 긴장의 끈을 풀지 않도록 독한 말을 한다.
허 감독이 추구하는 ‘능동적인 팀’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는 “9위나 10위를 하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렇게 운동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편하게 운동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1-0이든 10-0이든 이겨야 한다. 패배 속에 교훈을 얻는 건 옛말이다. 이기면서 느끼는 기쁨을 공감하고 공유해야 팀이 강해진다”라고 전했다.
허 감독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테스트’라는 표현을 종종 썼다. 지난해 개개인의 기록을 기준으로 타선을 구성하면서 매 경기 다양한 변화를 주며 시험하고 있다. 수비에서 멀티 포지션 소화는 물론 공격에서 다양한 임무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
↑ 허삼영 삼성 감독은 지난해 9월 30일 사자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순간부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日 오키나와)=이상철 기자 |
기준을 바꾸지 않고 중심을 벗어나지 않는 게 허 감독의 일이다. 그는 초보 감독이다.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으나 지도자의 길은 아니었다. 그의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는 경기를 치를수록 많아질 것이다. 계산 오류는 흔한 일이 될 터다.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허 감독은 “나도 더욱 독해져야 한다”라며 반성하고 자책했다. 그가 강조하듯 냉정해져야 한다. 이기는 야구를 위해 누구에게나 어떤 작전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과도 싸워야 한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