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우리 팀에 투수가 이렇게 많았나.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투수 하준호(31)는 kt의 비밀병기다. 투수에서 타자, 다시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하준호는 kt 불펜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내부 평가도 우호적이다. 1년 전보다 더 낫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반전이었다. 하준호는 2019년 KBO리그 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13(8이닝 1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2019년 9월 28일 수원 NC전에서 모창민에게 홈런을 맞은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 투수 하준호는 kt위즈 불펜의 다양성을 만든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2019년은 2020년을 위한 예고편이었을지 모른다. 하준호에 거는 기대감은 더욱 크다. 정작 하준호는 얼떨떨하다.
하준호는 “2015년 kt로 트레이드됐을 때만 해도 누구도 내게 기대하지 않았을 거다. (장)성우와 (박)세웅이가 메인 카드였으니까. 캠프를 마치고 봄만 찾아오면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졌지만, 결국 난 2군에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옛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서 내 실력과 비교해 너무 기대치가 큰 것 같아 걱정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 않은가. 내가 대단한 위치도 아니고 필승조를 맡을 것도 아니다. (떠들썩한 것보다는) 조용히 있는 게 나은 것 같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부상 없이 마치겠다던 캠프 목표는 달성했다. 시즌 목표는 간단하다. 생존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준호는 “잘리기 일보 직전까지 간 만큼 이번에는 거기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허풍이 세지 않다. 현실을 직시한다. 그래서 겸손하다. 하준호는 “캠프 중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 1군 엔트리에 투수가 13명 정도면,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겠다고. 다른 투수들도 잘 던지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내가 야수였을 때는 팀에 투수가 없다고 느낀 적도 있었는데 ‘언제 투수가 이렇게 많아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라고 전했다.
지난해 시즌 막바지 좋은 투구를 펼쳤지만 성공을 장담하는 건 아니다. 하준호도 “솔직히 나도 그렇게 잘 던질 줄 몰랐다. 타자들이 왜 내 공을 못 치는지 의문이 든 적도 있다. 아마도 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분석이 안 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분명 다를 거다. 타자들도 대비했을 것이다. 그래서 볼넷보다는 빠르게 승부를 펼치면서 유인구를 더 잘 던지도록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개막 전까지 스스로 과제를 줬다.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커브’다. 하준호는 “속구와 체인지업, 두 가지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가지 구종이 더 필요하다. 커브만 잘 장착하면 될 것 같은데, 스프링캠프에서 생각처럼 안 됐다.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그립을 잡아보면서 테스트 중인데 아직도 ‘베스트’를 찾지 못했다. 개막 전까지는 더욱 완벽하게 커브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08년 신인 2차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투수 하준호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뚜렷한 발자취도 없었다. 롯데 시절 투수 성적표는 25경기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10.57이었다.
하준호는 “지난해엔 좀 괜찮았으나 투수로 안 좋은 기억밖에 없다. 어느 야구장이든 백네트, 땅 등 엉뚱한 데다 공을 던지기도 했다. 잠실구장도 첫 선발 등판에서 7실점(2010년 8월 4일 두산전)을 한 곳이다”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2020년, 투수 하준호는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