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4타수 무안타 4삼진.’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31)의 서울 고척스카이돔 첫 경기 성적표다.
부정적으로 판단하면 곤란하다. 오해해도 안 된다. 일부러 당한 삼진 아웃이다. 모터는 네 번 타석에 섰으나 한 번도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신재영(1·3회), 양현(6회), 김재웅(8회)의 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만 봤다.
모터는 지난 3월 26일 제이크 브리검, 에릭 요키시와 입국했으나 ‘집’에만 있어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주 자가 격리 권고를 따라야 했다.
↑ 테일러 모터는 11일 키움 히어로즈 청백전에 출전해 4타수 무안타 4삼진을 기록했다. 배트를 들고 있었으나 한 번도 스윙하지 않았다. 아니, 해서는 안 됐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모터는 곧바로 청백전을 뛰었다. 깜짝 선발 출전이었다. 그는 원정팀의 1번 지명타자로 기용됐다.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두 눈으로 보며 하루빨리 적응하라는 배려 차원이었다.
애초 모터는 두 타석만 타격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손혁 감독이 남은 타석도 스윙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부상 방지 차원이다.
손 감독은 “(너무 서두르다가) 자칫 햄스트링, 옆구리 부위를 다칠 수 있다. 늦더라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맞다. 그래서 오늘은 타격 없이 공을 보는 쪽으로 결정했다. 추후 실전 타격 여부는 강병식 타격코치,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 후 결정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3구 삼진은 없었다. 모터는 “한 경기 4삼진을 이렇게 손쉽게 당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라며 껄껄 웃더니 “오늘이 고척돔에서 뛴 첫 경기다. 첫 경기부터 4삼진을 기록했으니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있지 않겠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네 타석 중 세 타석이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했다. 미국 무대에선 생소한 공이다. 그렇지만 그가 KBO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공략할 수 있어야 하는 공이다.
모터는 “생소한 건 맞다. 까다로울 것 같다. 그래도 오늘 세 차례 상대했으니 앞으로 더 경험하고 연습한다면 분명 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합류하자마자 실전을 뛴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모터는 “아직 정규시즌 개막일이 확정하지 않았으나 (예정된 5월 초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빨리 올리도록 준비해야 한다. 팀이 도와주는 부분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바깥 공기를 쐬게 된 모터는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서울이 매력적인 도시라는 얘기를 들었다. 2주 자가 격리로 솔직히 많이 답답했다. (조심해야 하지만) 이젠 마음껏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새로운 장소를 알아가는 건 기쁜 일이다. 내 인생에 지금처럼 신이 났던 적이 있었을까”라며 기뻐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