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김성범 기자
LG트윈스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가 긴 침묵에서 깨어났다. 그가 살아난 데에는 응원단의 역할이 한 몫했다.
라모스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연습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2루타) 3타점으로 장타력을 선보였다. 수비도 안정감을 보이며 선발투수 임찬규를 도왔다.
그간의 우려를 지워낸 활약이다. 앞선 연습경기에서는 11타수 2안타(타율 0.182)로 묶여있었다. 내용도 좋지 못했다. 장타가 없었다. 안타 2개 모두 단타였고, 외야로 뻗어나가는 호쾌한 타구는 안 보였다. 류중일(57) 감독은 경기 전 “홈런은 아니더라도 외야 타구가 나왔으면”이라며 소박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 첫 응원가를 들은 라모스가 공수에서 톡톡 튀는 활약을 펼쳤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라모스에겐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었다. 라모스는 1월 스프링캠프지 출국 전 인터뷰에서 “KBO리그 하이라이트를 직접 찾아서 봤다. 홈 팬들의 응원 열기가 좋았다. (한국이) 좋은 나라인 것 같고 문화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응원을 눈여겨봤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보지 못했던 광경을 이 날 처음 경험했다.
응원단의 힘을 받은 것일까. 라모스는 흥이 돋은 듯했다. LG 선수들의 응원 때 목을 좌우로 움직이며 리듬을 타기도 했던 라모스는 1, 2회 부드러운 핸들링으로 수비 안정감을 보였다. 흥은 타격에도 이어졌다. 0-2로 뒤진 5회 2사 만루에서 이용찬의 5구를 걷어올려 원바운드로 담장을 맞췄다.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였다. 네 번째 타석은 범타였지만 또 외야로 타구를 보내며 의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경기 후 라모스는 응원단을 마주한 소감에 “정규 시즌처럼 치어리더가 있어 파이팅이 느껴졌다. 실전처럼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응원가가 좋은 영향을 끼쳤냐는 질문에 “특별히 영향을 끼치진 않았지만 즐기고 춤출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적어도 응원이 긴장감은 풀어준 모양새다.
더불어 그는 “팀원 전부 응원가가 좋다. 팀원들도 잘해서 좋았다”라며 “자가격리가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준비에 여유가 있었다. 이제 몸 상태도 100%에 다가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자신감도 슬슬 올라오고 있었다.
류중일 감독도 라모스의 변화를 반색했다. 류 감독은 “라모스가 오늘 장타 쳐줬는데 다음 경기부터 계속 그런 모습을 유지하길 기대한다”라고 희망했다. 다음 경기는 개막전이다. mungbean2@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