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제가 어떻게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나요. 이제 뒤에서 따라가는 수준입니다.”
불운을 딛고 시즌 첫 승을 올린 배제성(kt)은 겸손하게 말했으나 그의 퍼포먼스는 구창모(NC)와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았다.
구창모의 연속 무실점 이닝 기록이 ‘14’에서 멈춘 날, 배제성은 연속 무실점 이닝을 ‘14’로 늘렸다.
배제성은 20일 KBO리그 수원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kt가 8-1로 이기며 3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 kt 배제성은 20일 KBO리그 수원 한화전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평균자책점을 0.89(3위)로 낮췄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7회를 제외하고 삼자범퇴 이닝이 없었으나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으로 한화의 공격을 봉쇄했다. 경기 초반 제구가 좋지 않았지만 슬기롭게 잘 헤쳐나갔다. 슬라이더(32개) 비중을 다소 줄이고 커맨드가 된 체인지업(14개)을 더 많이 던진 것도 주효했다.
14일 창원 NC전(7이닝 7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다. 그의 평균자책점도 0.89까지 낮아졌다.
20일 현재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규정 이닝 투수는 구창모(0.41), 에릭 요키시(0.53·키움), 그리고 배제성 등 3명뿐이다.
시즌 초반이긴 해도 선발투수 관련 기록의 얼굴이 싹 바뀌었다. 구창모는 이날 잠실 두산전에서 타선의 지원을 못 받으며 3승 사냥에 실패했으나 8이닝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탈삼진도 총 25개로 댄 스트레일리(롯데)와 공동 선두다.
타자의 반격으로 투수가 고전하는 2020년이다. 구창모와 배제성, 그리고 다승 1위 최채흥(삼성)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다.
젊은 선발투수의 성장은 한국 야구의 숙제였다. 이영하(두산) 최원태(키움)가 시즌 초반 주춤하고 있으나 재목은 많았다.
20일 경기에서 구창모는 크리스 플렉센(두산), 최채흥은 타일러 윌슨(LG)과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배제성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신인 2차 9라운드 88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그는 4년 뒤 위상이 달라졌다. 2019년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며 10승을 올리더니 2020년엔 ‘언터쳐블’이 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3경기 연속 호투할 만큼 작년보다 더욱 안정감이 생겼다”라고 호평했다. 배제성도 “작년엔 (선발투수로서) 시즌 초반 준비가 부족했다. 올해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작년보다 더 나은 투구를 펼칠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등판 경기마다 팀이 패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던 배제성이었다. 그 공식이 깨지면서 두 다리를 편히 뻗을 수 있게 됐다.
구창모 이영하 최원태 등 KBO리그 내 젊은 투수들과 선의의 경쟁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자, 배제성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는 “그들은 꾸준하게
아직은 뒤에 있으나 곧 따라잡을 터다. 머지않았다. 배제성은 “개인 승리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실점을 최소화해 팀을 승리로 인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