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성범 기자
2020 여자바둑리그가 시즌 초반부터 파란과 풍운을 예고하고 있다.
개막 첫 경기에서 지난해 최하위를 다투던 ‘부광약품’이 전기 우승팀 ‘부안 곰소소금’을 꺾은 데 이어 1라운드 2경기에서도 역시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던 ‘여수 거북선’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신생팀 ‘삼척 해상케이블카’를 3-0으로 일축하고 2018 시즌 정규리그 1위 팀의 면모를 되살렸다.
선수들의 상대전적으로 본 경기 전 예상은 초박빙 승부였다.
↑ 김혜민(오른쪽) vs 김은지. 사진=한국기원 제공 |
가장 먼저 끝난 제2국에서 김혜민이 신예 김은지를 여유 있게 눌러 예상대로 가는 분위기였다.
올해 목표를 10승으로 잡으며 의욕을 보인 김혜민은 시종 두텁고 침착한 반면운영으로 김은지를 압도했다. 승부는 우상일대 전투가 우변으로 확대되고 중앙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면서 단숨에 종착역까지 내달렸다. 기회만 보이면 가차 없는 공격의 칼을 휘두른 김은지의 기세는 좋았으나 섬세한 세기의 운영이 미흡했다. 실리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종반,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좌상 쪽부터 우하귀, 우상귀로 이어지는 패를 결행하면서 버틴 김은지의 패기는 인상적이었으나 산처럼 흔들리지 않는 김혜민을 넘어서기에는 힘과 세기 모두 부족했다. ‘여수 거북선’ 선승.
장고대국으로 펼쳐진 제1국은 중반까지 이민진의 페이스였는데 송혜령이 우변 흑 세력에 뛰어들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송혜령(백)이 흑의 세력 안에서 쉽게 잡힐 것 같지 않은 형태를 구축하면서 인공지능의 형세판단도 급반전, 송혜령의 우세로 기울었다.
그러나 승부는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송혜령이 흑 세력 안의 백 일단을 버리는 대신 얽혀있던 흑 대마를 포위하면서 좌상일대와 좌변을 집으로 굳히는 대담한 사석작전을 결행하면서 승부도 요동쳤다. 결론은, 송혜령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었으나 그 판단이 승리로 이어지기까지는 흑의 좌상귀 침입, 중앙의 신경전, 흑의 좌변 침투 게릴라전 등 수많은 천신만고가 있었다.
8시에 시작된 제3국이 험악한 대마사냥으로 내달려 ‘죽느냐, 사느냐’의 승부로 귀결될 때 간발의 차이로 장고대국이 끝났다. 송혜령이 악전고투 끝에 승리를 거둬, 제3국의 승부와 무관하게 ‘여수 거북선’의 승리를 결정했다. 뒤이어 끝난 제3국에선 열세로 예상됐던 이영주가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1주전 조혜연의 파상공격에서 대마를 지켜내면서 신승, 팀의 3-0 완봉 승리를 확인했다. ‘여수 거북선’이 지난해 최하위의 설움을 벗어던지는 순간이었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를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mungbean2@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