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이영하(두산)는 언제까지 마무리투수를 맡을까.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영하가 뒷문을 책임지는 걸까. ‘선발투수’ 함덕주의 연착륙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두산은 8월의 마지막 주말에 이영하와 함덕주의 보직을 바꿨다. 이영하가 뒷문으로, 함덕주가 앞문으로 이동했다.
선발 19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하던 이영하가 면담을 요청해 마무리투수를 자원했다. 이후 이영하는 두 차례 구원 등판해 1이닝씩을 깔끔하게 막았다. 그의 공은 힘이 있었다.
↑ 두산 이영하는 8월 29일 잠실 LG전부터 마무리투수로 나가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김태형 감독은 숨 고르기로 간주했다.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단계다. 그러면서 “이영하만한 선발투수가 어디 있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투수로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선발진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두산의 사정이다. 라울 알칸타라와 유희관만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이용찬과 크리스 플렉센은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다.
‘승률 1위’ 8승 투수 최원준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예년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기복 있는 이승진과 선발투수로 다시 준비하는 함덕주도 아직은 의문부호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선발진에 다시 합류하기를 바라고 있다. 마무리투수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그는 “지금은 심적으로 편하겠지만 마무리투수도 압박감이 크다. 지금은 (이)영하가 좋은 결과에 만족스럽겠으나 언젠가는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 힘으로 던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배울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다음 이야기가 의미심장했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마무리투수로서) 2경기만 던졌다. 올 시즌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영하가 마무리투수를 꽤 오래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4위 두산은 정규시즌 47경기가 남았다. 5위 kt와 2.5경기 차지만 선두 NC와도 5경기 차다.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5.19의 두산은 올해 뒷문이 뚫려 놓친 경기가 적지 않다. 이영하의 존재감은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선발진이 강해야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이다. 그는 “우리 선발진이 튼튼하면 마무리투수 이영하도 욕심이 난다. 그런데 외국인투수를 제외한 선발진이 다소 불확실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영하의 선발투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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