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지난해 12월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부터 그는 이런 순간을 각오하고 있었을 것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좌완 선발 류현진이 2020시즌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다. 이번에 맞붙을 팀은 26승 25패로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 3위 기록중인 필라델피아 필리스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류현진) vs 필라델피아 필리스(빈스 벨라스케스), 시티즌스뱅크파크, 필라델피아
9월 20일 오전 7시 5분(현지시간 9월 19일 오후 6시 5분)
현지 중계: 스포츠넷1(토론토), NBC스포츠 필라델피아(필라델피아)
한국 중계: MBC, MBC스포츠플러스
↑ 위기 상황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른다. 사진=ⓒAFPBBNews = News1 |
연패의 늪
무난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만 같았던 토론토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뉴욕-필라델피아로 이어지는 시즌 마지막 원정에서다. 뉴욕 양키스와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줬고, 필라델피아와 더블헤더도 내리 졌다. 이 기간 다섯 경기를 치르며 무려 58점을 허용했다.
결국은 선발이 문제다. 류현진을 제외한 모든 선발들이 무너졌다. 타이후안 워커(1 2/3이닝 7실점) 태너 로어크(4이닝 6실점) 체이스 앤더슨(2 2/3이닝 7실점) 로비 레이(4 1/3이닝 5실점) 로스 스트리플링(3 1/3이닝 3실점)이 모두 제몫을 해내지 못하고 내려갔다.
그나마 필라델피아와 더블헤더 2차전 선발이었던 스트리플링은 3실점만 허용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선발이 실점을 적게하자 이번에는 불펜이 경기를 망쳤다. 구원 등판한 A.J. 콜은 신인 라파엘 마샨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마샨은 지난해 상위 싱글A까지 올라왔던 선수로 마이너리그에서 홈런이 단 한 개도 없었던 선수다. 그런 선수에게 동점 홈런을 헌납한 것. 6회에는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불펜인 앤소니 배스, 라파엘 돌리스가 무너졌다. 돌리스는 여기에 다치기까지 했다. 2루수 앞으로 가는 땅볼이었는데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자신의 본분을 잊고 1루를 비운 사이 돌리스가 급하게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다 무릎을 다쳤다. 일단 상태를 지켜본다는 입장인데 당장 이날 경기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가뜩이나 조던 로마노, 켄 자일스의 부상 이탈로 불펜이 가벼워진 상황에서 필승조가 전날 힘을 뺐다.
↑ 토론토는 선발 투수들이 연달아 무너졌다. 사진=ⓒAFPBBNews = News1 |
틀린 말은 아니다. 통산 1480승을 기록한 명예의 전당 헌액 감독 얼 위버는 "모멘텀? 모멘텀은 다음날 선발 투수에게 달렸다"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선발의 역할이 중요하고, 류현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블루제이스는 이런 상황에서 상황을 해결하라고 그에게 4년 8000만 달러의 계약을 안겨줬을 것이다.
좋은 추억
류현진은 이미 비슷한 일을 해낸 경험이 있다. 지난 8월 18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였다. 이전까지 토론토는 시즌 초반 계속되는 떠돌이 생활속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뒤늦게 버팔로에 입성했지만, 첫 홈 5연전을 2승 3패라는 실망스런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당시 잘나가고 있었던 볼티모어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의 안정적인 투구를 하며 7-2 승리를 이끌었다. 그 경기는 전환점의 시작이었다. 이후 6연승을 달리며 상황을 바꿨다. 볼티모어 원정 3연전을 시작으로 9시리즈 연속 시리즈를 내주지 않았고, 팀은 포스트시즌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연패는 걱정스런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아메리칸리그 전체로 보면 현재 8위, 9위 시애틀 매리너스(22승 29패)와는 아직 격차가 있다. 방심해도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재정비할 여유는 충분히 있다.
지난 8일 뉴욕 양키스 상대로 5이닝 5실점 기록하며 주춤했던 류현진은 14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6이닝 8피안타 7탈삼진 1실점 기록하며 반등했다. 세 경기만에 5일을 쉬고나온 그는 확실히 이전 등판보다 좋았다. 양키스전에서 류현진은 초반 패스트볼, 커터에 연달아 홈런을 맞은 뒤 체인지업 위주의 피칭을 하다가 다시 실점을 허용했다. 메츠와 승부에서는 초반 체인지업에 안타를 연달아 허용한 뒤 패스트볼과 커터, 커브를 사용해 승부하다 중간에 다시 체인지업을 보여주며 상대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모든 구종이 고루 잘 통했기에 전략 수정이 가능했고, 이것이 통했다. 그 결과 8월 이후 여덟 번의 선발 등판 중 일곱 차례 등판에서 1자책점 이하로 막았다. 토론토는 그가 나온 10경기에서 8승 2패 기록중이다.
조심해야할 상대
필라델피아는 20일 현재 팀 타율 0.258(내셔널리그 6위) 출루율 0.344(3위) 장타율 0.452(5위)를 기록중이다. 내셔널리그에서 모두 상위권이다. 좌완 상대로도 타율 0.262(6위) 출루율 0.362(1위) 장타율 0.494(3위)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 좌완 선발 상대 12승 8패로 잘하고 있다. 당장 전날 로비 레이를 상대로 4 1/3이닝만에 5점을 뺏었다.
주전 1루수 리스 호스킨스가 왼팔 전완부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J.T. 리얼무토(고관절) 진 세구라(팔꿈치)가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지만, 여전히 강한 타선이다. 브라이스 하퍼는 최근 9경기에서 32타수 11안타 4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중이다. 디디 그레고리우스도 같은 기간 31타수 12안타 3홈런 9타점 기록중이다.
↑ 브라이스 하퍼는 좌타자지만, 좌완에 강하다. 사진= MK스포츠 DB |
앤드류 맥커친도 이번 시즌 좌완 상대로 타율 0.283(53타수 15안타) 4홈런 10타점으로 성적이 좋다. 리얼무토도 만약 출전하게 된다면 피곤한 상대가 될 것이다. 좌완 상대 타율 0.375(40타수 15안타) 기록중이다.
신인 마샨은 전날 스리런 홈런을 때리며 리얼무토의 공백을 지웠다. 빅리그 데뷔 이후 첫 두 경기에서 6타수 3안타로 맹활약중이다.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신인 알렉봄도 최근 9경기 33타수 11안타 2홈런 4타점으로 잘하고 있다.
※ 류현진 vs 필라델피아 타자 상대 전적(정규시즌 기준)
제이 브루스 8타수 3피안타 2피홈런 2타점 1탈삼진
디디 그레고리우스 8타수 3피안타 1피홈런 5타점 1탈삼진
브라이스 하퍼 4타수 1피안타 1타점 2볼넷 1탈삼진
앤드류 맥커친 17타수 2피안타 1피홈런 2타점 1볼넷 4탈삼진
J.T. 리얼무토 2타수 1피안타 1탈삼진
↑ 벨라스케스는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
다시 잡은 기회
상대 선발 빈스 벨라스케스(28)는 이번 시즌 7경기(선발 5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6.46을 기록중이다.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됐지만, 중간에 잠시 불펜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스펜서 하워드, 제이크 아리에타 등이 부상 이탈하면서 9월 들어 다시 로테이션에 재진입했다. 진입 후 두 차례 등판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8 2/3이닝 6실점을 기록했다. 피홈런없이 1볼넷 14탈삼진으로 볼넷과 탈삼진 비율은 괜찮았는데 피안타율이 0.350, 피OPS가 0.816을 기록했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그는 이번 시즌 포심 패스트볼(50.75%) 커브(17.55%) 체인지업(16.42%) 슬라이더(9.06%) 싱커(4.34%) 커터(1.89%)를 구사하고 있다. 커브의 피안타율이 0.208로 제일 좋은편이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93.91마일, 최고 구속은 97.23마일을 기록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예년에 비해 약간 떨어졌다(2019시즌 94.5
지난 2015년 필리스가 켄 자일스를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넘기면서 받아온 선수들 중 한 명으로, 이후 5년간 110경기(선발 97경기)에서 26승 34패 평균자책점 4.79의 성적을 찍었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았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