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357일.’ 이우찬(28·LG)이 선발투수로서 기회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힘겹게 잡았으나 너무 쉽게 놓쳤다.
이우찬은 시즌 개막 후 쌍둥이 군단의 비밀병기로 꼽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늦어진 데다 팀당 144경기 체제를 고수한 시즌이다. ‘경쟁력 있는’ 선발투수가 많아야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던 류중일 LG 감독이다.
예비 선발투수 후보 1순위로 꼽혔으나 이우찬은 LG의 시즌 113번째 경기에 ‘기회’를 받았다. 7월 13일 잠실 NC전의 선발투수로 예고됐으나 비 때문에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 이우찬은 20일 열린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6피안타 1피홈런 3볼넷 2사구 2실점으로 부진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운이 없던 건 아니다. 2군(퓨처스리그) 성적은 괜찮았지만, 1군(KBO리그) 호출을 받으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세 번의 KBO리그 구원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6.00과 이닝당 출루허용률 7.00을 기록했다.
선발투수는 구원투수와 다를 수 있다. 이우찬은 지난해 KBO리그 13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을 수확했다.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더 많이 뛰었다.
20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LG의 선발투수는 이우찬. 2019년 9월 29일 잠실 두산전 이후 357일 만에 선발 등판이었다.
류 감독은 “눈을 딱 감고 보겠다”라고 밝혔다. 선수가 부담 없이 편하게 투구하라는 ‘응원’의 말이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류 감독의 머릿속에 이우찬의 이름은 지워졌을지 모른다.
반전은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많은 이우찬이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야수를 지치게 했다. 3⅔이닝 6피안타 1피홈런 3볼넷 2사구 2실점.
3회말에 김재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타자가 워낙 잘 쳤다. 그렇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 ‘천운’이 따른 투구였다. 4연패를 지나치게 의식한 듯 두산 타자는 성급하게 덤볐다. 4회말 무사 1, 2루에서 페르난데스를 병살타로 처리한 것도 행운이 따랐다.
20명의 타자를 상
4위로 미끄러진 LG는 31경기가 남았다. 갈 길이 멀다. 그렇지만 이우찬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는 않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