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이야~와~.”
9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kt 선수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경수(36)는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인터뷰실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2003년 프로에 입문한 베테랑도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하는 박경수는 포스트시즌 최고령 데뷔 기록을 세운다. KBO리그 통산 1713경기를 뛰었으나 그동안 포스트시즌은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 kt 박경수는 9일 열리는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 6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전 소속팀 LG는 박경수가 입단하기 직전 해(2002년)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으나 오랫동안 ‘암흑기’에 빠졌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4년에는 시즌 막바지 부상으로 가을야구를 즐기지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박경수는 2015년부터 ‘10구단’ kt 유니폼을 입고 있다. kt는 올해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박경수는 “(내가 LG에 입단하면서) 암흑기가 시작될 줄 몰랐다. 사실 올해도 햄스트링을 다쳐서 이대로 시즌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2위까지 올랐다. 트레이닝 파트도 적극적으로 재활을 도왔다. 감사한 마음으로 포스트시즌 경기에 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감회가 새롭다. 박경수는 “(유)한준이 형의 말처럼 우리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즐긴다는 게 쉽지 않겠으나 재밌게 해보겠다”라며 “그런데 그런 기록을 어떻게 다 찾아내는 건가. 내가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라고 하니까 최고령답게 한 번 해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다만 마음이 마냥 편한 건 아니다. 오랫동안 경쟁했던 타 팀의 베테랑이 은퇴하거나 방출됐다는 소식은 즐겁지 않다.
박경수는 “1~2년 위의 선배들이 은퇴한다는 기사를 접한 후 마음이 무거워졌다. 난 운이 좋아서 이 시기에 축배를 들지 않는가.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했다.
그래도 박경수의 포스트시즌 데뷔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다. 시쳇말로 그의 핸드폰은 불이 났다. 축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박경수는 “(우)규민이가 평소에도 나에 관한 기사를 보내주곤 한다. 오늘도 플레이오프를 치르러 고척돔에 오는데 연락하더라. ‘자기가 더 떨린다’면서. 그래서 ‘왜 네가 떨리냐’고 (핀잔과) 농담을 건넸다”라며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