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대한민국-카타르전에서 벤투호는 전·후반이 전혀 다른 팀이었다.
비효율적인 빌드업과 불안한 수비로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던 전반전이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 주도권을 잡고 효율적이면서 파괴력 넘치는 공격을 펼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0년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장식했다.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현지시간) 카타르를 2-1로 꺾고 A매치 통산 500승을 기록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쟁취하겠다던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목표를 달성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에 2-3으로 졌으나 17일 카타르를 2-1로 제압했다.
2019 아시안컵 8강전 패배(0-1)를 설욕했다. 한국은 카타르에 져 59년 만에 우승의 꿈이 좌절됐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첫 패배이기도 했다.
100% 전력 가동이 어려웠던 벤투호다. 오스트리아로 출국하기 전부터 이청용 홍철(이상 울산현대) 등 부상자가 발생한 데다 소속팀의 차출 반대로 김민재(전북현대)는 합류하지 못했다.
게다가 오스트리아에서 소집한 후 권창훈(SC프라이부르크) 조현우(울산현대) 황인범(루빈카잔) 나상호(성남FC) 이동준 김문환(이상 부산아이파크) 등 선수 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경기를 뛸 수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이 연기돼 1년 만에 소집했다. 조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불안감은 여실히 드러났다. 멕시코전처럼 카타르의 맹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경기 시작 16초 만에 황희찬(RB라이프치히)가 골을 터뜨렸으나 카타르의 자멸이었다.
이후 일방적인 카타르의 공세였다. 전반 9분 동점 골을 허용하더니 위험천만한 순간을 여러 차례 맞이했다. 카타르의 골 결정력이 좋았다면, 대량 실점으로 참패를 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빌드업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패스는 공격진에게 전달되지 않고 번번이 끊겼다.
뒤이어 펼쳐지는 카타르의 역습에 진땀을 흘린 태극전사다. 전반 36분에 터진 손흥민과 황의조(지롱댕 보르도)의 합작 골로 간신히 흐름을 바꿔놓았다.
후반 5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측면 수비가 뚫리면서 알모에즈 알리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줬다. 하지만 알리의 헤더 슈팅은 골문을 빗나갔다. 벤투 감독의 가슴이 철렁거렸을 순간이다.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현지시간) 카타르를 2-1로 꺾고 A매치 통산 500승을 기록했다. 다만 전반전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빌드업도 짧은 패스로 펼치려고 하지 않았다. 공간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예리한 공격을 펼쳤다. 후반 20분에는 소나기 슈팅을 날려 카타르 수비의 혼을 뺐다.
11월 A매치 2경기 연속 골을 합작한 손흥민과 황의조의 움직임도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카타르 리그에서 뛰는 남태희(알사드)도 잇달아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이강인(발렌시아)은 후반 31분에 투입돼 공격을 조율했다.
후반전 경기력은 꽤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카타르는 한국과 다르게 최정예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상대 밀집 수비를 못 뚫어 승수를 쌓지 못했던 벤투호에게 긍정적인 시험이었다. A매치 통산 500승까지 달성해 의미를 더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