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서울 고척) 정철우 전문기자
이정후는 지난해에도 훌륭하게 시즌을 마쳤다. 타율 0.333 15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 수 홈런을 쳤고 100타점도 처음 돌파했다. 보직이 중심 타선으로 옮겨갔지만 어색함 없이 제 몫을 다해냈다.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즌 막판, 내리막을 걸었다. 슬럼프였다. 10월 월간 타율은 0.203에 그쳤다.
↑ 이정후가 타격 훈련 도중 뭔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영구 기자 |
하지만 이정후의 부진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잔부산이 이정후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문제도 조금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잔부상에 시달리며 밸런스가 깨진 것우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문제를 알면 대처도 쉬워진다. 그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하겠다는 자세다.
이정후는 "체력적인 부분은 차근 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훈련에 집중하고 잘 쉬며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올 시즌은 도쿄 올림픽도 있기 때문에 시즌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긴 시즌을 잘 치르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잘 해둬야 한다. 잔부상 방지와 밸런스 잡는 훈련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지난해 막판에 잔부상이 잦으면서 내 밸런스가 깨진 경험을 갖고 있다.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여기 저기 아픈 곳이 있었다. 그 부분을 의식하다보니 밸런스가 깨지는 악순환이 이뤄졌다. 일단 아프지 않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밸런스를 잘 유지하기 위해 밸런스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타고난 천재로 불린다. 갖고 있는 능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노력형 천재다. 자신에게 부족한 면이 생기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컨트롤하며 부족함을 채워나간다.
슬럼프에 대처하는 자세도 그렇다.
이정후는 공이 맞는 면적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선수다. 어느 코스로 들어오건 힘을 실어 타구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슬럼프가 짧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정후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온다. 이제는 왜 그런지를 알았기 때문에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든 쳐서 해결하려는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안 맞을 땐 안 맞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럴 땐 공도 좀 골라가며 볼넷으로 출루를 하는 방법을 택하려고 하고 있다. 올 시즌엔 볼넷을 좀 더 많이 얻어내는 시즌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볼넷이 아주 많은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신인이던 2017시즌에 얻은 60개가 최다 기록이다.
이후 42개 45개 59개로 볼넷이 떨어졌다. 볼넷이 많지 않다보니 출루율에서는 다소 마이너스가 됐다. 4할 이상 출루율을 기록한 것은 2018시즌이 유일했다.
지난해부터는 볼넷이 조금씩 다시 늘어나고 있는 페이스다. 올 시즌엔 이 부분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정후의 각오다.
이정후는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걸어 나가는 것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다. 안 좋을 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시즌 성패가 갈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엔 그저 열심히 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출루율도 좀 더 높은 선수가 되고 싶다. 슬럼프 관리가 잘 되면 자연스럽게 출루율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된 이정후의 타격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butyou@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