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롯데 신인 나승엽(19)은 아직 포지션이 결정되지 않았다.
원래 포지션인 3루에는 롯데가 키워야 할 또 한 명의 선수인 한동희가 버티고 있다. 한동희는 지난해 타율 0.278 17홈런 67타점을 올리며 서서히 알에서 깨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냥 경쟁에서 밀리기엔 나승엽이 갖고 있는 타격 재능이 아깝다.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 손아섭이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서도 우익수 자리만은 넘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
원래 포지션인 3루 수비는 물론 좌익수와 중견수로 테스트를 받고 있다. 아직 캠프 초반이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포지션을 시험해 보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한 가지 있다. 나승엽이 도전하고 있는 포지션에서 하나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우익수 손아섭만은 팀에서 언터처블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나승엽은 3루와 좌익수 중견수를 훈련중이다. 중견수는 민병헌이 신병 치료차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구멍이 생겼다. 나승엽도 그 자리를 메울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또 하나의 외야 포지션은 좌익수다. 롯데 좌익수엔 전준우가 버티고 있다.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해 큰 무리 없이 시즌을 치러냈다.
그런 자리에 나승엽을 시험해 보고 있다는 건 의미가 있는 일이다. 전준우의 자리에도 나승엽이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나승엽에게 여러 포지션을 테스트하는 것이 비단 나승엽의 포지션 문제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나승엽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로선 중견수가 가장 유력하지만 언제든 3루와 좌익수로도 기용될 수 있음을 훈련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손아섭이 지키고 있는 우익수는 노 터치다. 같은 외야수지만 우익수 훈련은 시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손아섭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손아섭은 스탯티즈 기준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에서 -4.41을 기록해 30위권 내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손아섭의 수비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리 팀 외야 수비가 안 좋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위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손아섭의 경우 좁은 수비 범위를 강한 어깨로 만회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명타자로도 활용할 생각이 없다. 수비를 나가며 집중력이 유지되고 그 집중력이 공격력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손아섭은 지난해 타율 0.352 11홈런 82타점을 올리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무려 141경기를 나설 정도로 내구성도 갖추고 있다. 롯데의 우익수만은 건드
나승엽의 포지션 문제를 따라가다 보면 이와 같은 손아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자리만큼은 언터처블로 만들고 있는 손아섭의 아우라가 올 시즌에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