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수퍼탱커로 불리는 초대형유조선들이 해안에 잔뜩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말 이후 가파르게 진행된 유가폭락을 틈타 저렴한 가격에 석유를 사재기해 초대형유조선에 비축한뒤 유가가 오를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글로벌 석유거래업체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초대형유조선중 하나인 TI오시애니아(TI Oceania)도 싱가포르 연안에 장기 정박을 준비하고 있는 유조선중 하나다. 글로벌 석유거래업체 비톨사가 사들인 300만배럴의 기름을 싣고 말이다. 비톨사뿐만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톨, 트라피구라, 코치 서플라이앤드트레이딩 등 글로벌 석유거래기업들이 지난 수주간에 걸쳐 총 3,000만배럴 이상을 선적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여러대를 임대했다고 20일 전했다. 선박용선료, 보험료 등 상당 비용이 소요됨에도 석유업계 큰손들이 초대형 유조선 임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현재 석유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판단때문이다. 현시점에서 급격하게 떨어진 석유를 사들여 장기보관한뒤 나중에 팔면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석유 현물·선물가격차가 큰폭으로 벌어진 점도 차익거래를 통해 무위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글로벌 석유가격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의 경우, 3월물에 비해 8월물 선물가격이 배럴당 6달러 가량 높다. 현재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석유시장에서는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거나 만기일이 멀수록 선물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콘탱고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콘탱고 상황에서는 가격이 낮은 석유 현물을 사들인뒤 선물시장에서 나중에 현물가격보다 더 높은 값에 석유를 팔수 있는 매도권리를 사들이면 현·선물 가격차만큼 무위험 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휴스턴대학의 크레이그 피롱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선·현물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는 돈을 벌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중 하나”라며"비톨과 글렌코어, 트라피구라와 같은 대형 석유거래업체들이 석유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추가이익을 올릴 수 있는 흥미로운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유가가 폭락했을때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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