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인권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 중인 이양희 유엔(UN)인권보고관(58, 여)이 미얀마의 한 승려로부터 원색적인 비난을 당했다. UN이 지난 6일 이양희 보고관을 특별 조사관 신분으로 미얀마에 파견했을 때부터 항의 시위를 이끌었던 불교집단의 선동가 위라투 승려는 지난 16일 가두 시위에서 이양희 보고관을'창녀'라고 표현하며 모욕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태국에 소재해 권위주의적인 미얀마 정부의 사전검열을 피할 수 있는 미얀마 언론 DVB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불교 지도자 아신 위라투 승려는 지난 16일 수도 양곤의 한 광장에서 열린 '이양희 UN인권보고관 방문 항의' 시위 현장에서 연설하며 "미얀마는 이미 인종보호법을 마련해 소수민족들의 인권 보호에 노력하고 있는데 이 년(미얀마어로 'kaungma')이 우리나라의 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이양희 같은 '창녀'가 제대로 된 가정환경에서 자랐을 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UN에서 일한다고 해서 당신이 휼륭한 사람이라고 볼 수 는 없다. 미얀마에서 당신은 그저 창녀일 뿐. 가서 흑인들한테 몸이나 팔아라”고 말하며 이양희 보고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유엔은 21일 현재까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위라투 승려의 이같은 발언은 미얀마의 소수민족 인권문제에 UN이 개입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불교 승려 등 라카인주 주민들은 8일 이양희 보고관이 시트웨 공항에 도착하자 "물러가라”등의 구호를 위치며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엔 및 국제사회는 그간 불교가 국교이자 인구의 90%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종교박해를 받고 있는 로힝야(무슬림)족들에 대한 국가의 인권침해를 문제 삼아왔다. 로힝야 족은 미얀마 정부가 정한 135개 토착 종족에 포함되지 못해 미얀마 국적자가 아닌 불법 이민자로 간주되고 있어 제대로 된 법적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라킨주 주도 시트웨 외곽에 설치된 난민촌에서 직업 없이 살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와 교육 등을 받을 기본적인 권리조차 없다.
미얀마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족은 1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종교적 박해와 인권침해로 인해 미얀마를 탈출하는 이들의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때에는 하루에 900여명 꼴로 로힝야족 인구가 미얀마를 떠나기도 했다.
이번에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위라투 승려는 미얀마에서 반(反)무슬림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의 종교 지도자로 알려져 있으며 동남아시아 현지 언론들은 그를 '반무슬림 선동가'라고 표현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출신인 이양희 UN인권보고관은 한국자폐학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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