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생산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미국 셰일석유 생산업자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사우디가 원유생산량을 하루 980만배럴로 은밀히 늘렸다”며 "이는 미국 셰일석유 생산업자들과의 점유율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 규칙에 따라 정해진다”며 "현 과잉 상태가 사라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우디가 현재 하루 98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작년 10월 수준보다 30만배럴가량 더 많은 수준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각료회담에서 감산 대신 각 회원국의 원유생산 할당량을 준수하기로 결정했다. OPEC 회원국 전체 생산 할당량은 하루 3000만배럴이며, 사우디의 자국 할당량은 930만배럴이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 약 950만배럴가량 석유를 생산했던 사우디는 할당량을 준수하기 위해 20만배럴가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사우디는 11월에도 하루 960∼970만배럴가량의 원유를 생산하는 등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텔레그래프는 사우디가 현재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는 알팔리 총재의 발언은 미국 등 비OPEC 회원국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 하락은 이미 북해 지역의 석유사업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BP는 이미 북해 애버딘 지역에서 300명을 감원했고, 8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직원들의 올해 임금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상당수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감원과 투자 축소 등 구조
그러나 갑작스러운 투자 축소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가격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브달라 살렘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최근 "생산업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거나 프로젝트를 미룰 경우 가격은 2008년 목격한 147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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