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떨어지는 유가때문에 실적쇼크에 직면한 미국 석유업계가 35년만에 대규모 총파업이라는 돌발악재까지 만나 몸살을 앓고 있다. 파업이 확산되고 장기화될 경우, 석유제품 가격이 들썩거릴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정유·석유화학업체, 석유터미널·석유송유시설업체 등 230여개 에너지사업장 3만여명의 직원들을 노조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미국철강노조(USW)가 1일 사측과의 협상결렬을 선언한뒤 노조원들에게 파업에 들어갈것을 지시했다.
에너지업체 노조원들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노사협상에 나선 USW는 지난달 21일 이후 엑손모빌, 쉐브론 등 석유메이저를 대표해 사측협상을 이끌고 있는 로얄더치쉘로부터 5차례 사측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거부했다. 레오 제라드 USW 위원장은"(기존 제안을 모두 거부당한뒤)로얄더치쉘이 다시 수정제안을 내놓지 않고 협상장을 떠나버렸다”며"노조원들에게 파업에 나서라는 지시를 하는것외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파업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파업은 모든 사업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은 상태다. 일단 텍사스에 위치한 공장 5곳, 캘리포니아 2곳, 켄터키와 워싱턴 각 1곳 등 총 9개 사업장이 1차로 이날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80년 3개월간 장기파업에 나선후 에너지업체들이 이처럼 대규모 파업에 들어간것은 35년만에 처음이다. USW가 모든 사업장에서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일부 사업장 파업전략을 택한것은 실력행사를 통해 협상력을 높인뒤 다시 사측과 대화에 나서려는 포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임금 인상안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 입장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유가급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석유메이저 등 에너지 업체들은 대량 해고는 물론 인건비 등을 줄이는 등 대대적인 지출삭감에 나선 상태다.
반면 USW는"상당수준(substantial)”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인상은 물론 건강보험료 사측부담 확대와 해고사유 발생시 노조원 대신 비노조원부터 우선적으로 해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노사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파업이 전사업장으로 확산되고 장기화돼 생산차질이 심화될 경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파업에 들어간 9개 정유공장의 석유 정제능력은 일간 182만배럴이다. 이는 미국 전체 정제량의 10%수준이다. 하지만 USW 회원사로 등록된 정유공장 65개가 모두 파업에 들어갈 경우, 미국 정유처리능력의 3분의 2가 타격을 받을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