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소매 유통기업 테스코가 창사 이래 96년 만에 최악의 연간 실적을 내놓았다. 자산가지 하락과 영업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테스코는 지난 2월 말 끝난 2014회계연도에 세전 기준 64억파운드(약 10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 해 전에는 22억6000만파운드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번 적자 규모는 영국 기업 역사상 6번째이며 소매기업 중에서는 사상 최대의 적자 기록이라고 전했다.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최고경영자(CEO)는 “테스코에 매우 어려운 한 해였다”며 “하지만 새로운 영업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상황에 맞게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장기적으로 실적을 개전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올해 초 테스코는 매장 47곳을 폐쇄하고 43곳의 매장 개설 계획을 포기하는 동시에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연간 2억5000만파운드 규모의 비용 감축 계획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최대 직원 1만명을 감원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회계 처리와 영업실적 악화가 겹친 탓이다. 테스코는 보유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라 47억파운드를 손실 계상하는 등 모두 70억파운드를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했다. 영업실적도 14억파운드로 1년 전에 비해 60% 급락했다. 한 주주는 “이번 손실은 정말 심각한 것”이라며 “테스코와 데이브 루이스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테스코에 지난해는 가장 소란스러운 한 해가 됐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테스코는 지난해 9월 상반기 순이익을 2억5000만파운드 부풀렸다며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했다. 이 여파로 테스코의 주가는 하루 사이 10% 넘게 추락했다. 이 때 날아간 시가총액이 22억파운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테스코에 투자한 것을 두고 ‘큰 실수’라고 말했을 정도다. 당시 분식회계 논란이 일어난 후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테스코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3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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