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환영함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의 요구를 들어줄지 주목받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간 협상의 ‘진전’을 공식 발표하면 ECB가 그리스에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로그룹은 11일(현지시간)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그리스 정부의 바람대로 “우리는 그리스와 기관들(채권단)이 진행 중인 협상에서 이룬 진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유로그룹은 또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000억 원)를 받기 위한 조건인 개혁안과 관련한 협상의 타결을 목표로 채권단과 협력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사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유로그룹이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성명서도 채택하지 않고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이 협상이 진척되지 않은 것은 그리스 정부 탓이라고 비난한 것과 대조된다.
유로그룹은 긴축 반대를 공약해 지난 1월 집권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지금까지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을 수용하지 않자 개혁 의지가 미흡하다며 부정적 견해만 밝혔다.
채권단의 한 축인 ECB도 지난 2월 시리자 정부가 긴축 반대와 채무재조정 등 강경한 입장을 밝히자 그리스 은행권에 공급하는 주요 유동성 지원책인 그리스 국채의 담보인정 조치를 중단했다.
그러나 유로그룹이 협상의 진전과 그리스 정부의 협상 타결 의지를 공식화함에 따라 ECB는 그리스에 유동성을 지원할 명분이 생겼다.
그리스 이아니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는 지난 5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만나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만기 1년 미만의 국채인 재정증권(T-bill) 매입한도를 늘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의 현금 부족이 심각한 그리스 정부는 재정증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부채 상환과 연금·공무원 임금 등을 해결한다는 계획이지만 은행들이 매입한도(90억유로)를 거의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는 또 ECB가 지난해 시행한 국채매입프로그램(SMP) 가운데 그리스 국채를 매입해 발생한 이익금(19억 유로)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ECB가 그리스 국채 보유에 따른 이익을 그리스에 돌려주기로 했으나, ECB는 이익금 반환을 분할금 지원 협상과 연계함에 따라 아직 이익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지난 2월 20일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분할금 72억 유로 지급을 위한 협상을 4월 말까지 마치기로 했으나 채권단은 추가 긴축을 요구하고 시리자 정부는 ‘금지선’(red line)을 넘지 않겠다고 맞서 현상 시한을 넘겼다.
이에 그리스는 연금과 노사관계, 부가가치세, 민영화 등 4대 쟁점을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하겠다며 분할금 지원 협상의 타결 시점을 5월 말 또는 6월 초로 미루는 대신 ECB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아낸다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그리스는 이날 IMF 부채 7억5000만 유로를 상환일보다 하루 먼저 지급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혀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해소했다.
따라서 그리스는 이달 말 연금과 공무원 임금 등에 필요한 현금만 확보하면 협상 타결 목표 시점까지 시간을 벌기 때문에 금지선의 후퇴를 최소화하는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ECB는 그리스 은행들이 재정증권을 매입하는 것은 유럽연합(EU) 조약에서 금지한 ‘재정의 화폐화’이므로 제
데이셀블룸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날 성명이 ECB가 유동성 지원을 결정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ECB는 독립 기관으로 유로그룹은 ECB의 결정을 논의할 권한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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