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했다. 올들어 벌써 네 번째 동남아 주요 국가 정상의 일본 방문이다. 프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2월)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3월)이 일찌감치 일본을 찾았고, 이어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5월)가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아키노 대통령이 일본을 찾은 것이다.
동남아 정상들이 잇따라 일본을 찾은 이유는 이들이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내놓은 공동성명들을 들여다 보면 드러난다.
동남아 국가들은 일본과 국방부문 협력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해양 팽창을 시도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 이날 방문한 아키노 대통령은 4일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레이더 기술과 해상자위대의 초계기를 필리핀에 공급하기 위해 방위장비 이전 협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다. 일본의 레이더 기술과 초계기 제공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주 일본을 방문한 나집 라작 총리도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5월 25일)을 가진 직후 레이더 기술 등 방위장비 이전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지난해 무기수출 금지 3원칙을 폐기한 이후 아세안 국가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방위장비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역시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취임 후 처음으로 올해 3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3월 23일)을 가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공동성명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항해·비행의 자유와 국제법에 따른 분쟁해결을 강조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중국의 해양 팽창에 맞서 필리핀 말레이시아에 방위기술을 제공해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동남아 국가들과 방위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당국의 철도 도로 등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을 통해 일본의 국익은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특히 일본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의 수출이다.
아베 정권은 말레이시아에 방위기술을 이전해 주는 대신 신칸센 수출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나집 총리는 방일중 신칸센에 시승하기도 했다. 지난 2월과 3월 일본을 방문한 프라윳 태국 총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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