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에게 조준 사격을 가한 사실이 밝혀진 뒤 대대적 인종차별 시위가 일었던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지역에서 이번엔 괴한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9명이 숨졌다.
한 20대 백인 젊은이가 범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흑인들이 주로 다니는 교회를 노린 것으로 보여 심상찮은 파장이 예상된다.
NBC등 미국 방송들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9시경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에 21세의 백인 청년이 총기를 갖고 침입한 후 난사했다.
이로 인해 사건 당시 성경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교회 목사를 비롯해 총 9명의 교인들이 사망했다. 용의자는 회색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이었고 사건 직후 재빠르게 현장서 도주했다. 사망자들의 인종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이 교회는 지난 1816년 설립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됐고 지역의 흑인 기독교사에 기념비적인 교회다.
그렉 뮬렌 찰스턴 경찰 서장은 “이번 총기난사는 명백한 증오형 범죄”라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실제 범인이 흑인교회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나타날 경우 지역사회에 일어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도 갑작스런 참사 소식에 재빨리 반응하고 있다. 젭부시 공화당 대선 후보는 다음날 찰스턴에서 유세를 가질 예정이었는데 급히 이를 취소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건이 일어났던 날 이미 찰스턴을 다녀갔으며 심지어 사망한 목사도 만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슬프다”고 위로의 글을 남겼다.
지역사회 동요는 심상치 않다. 이 곳에선 지난달 4일 백인 경찰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 경관이 비무장 흑인 월터 스콧(50)을 무려 8발의 조준 총격을 가해 살해한 영상이 공개된 후 ‘인종차별’ 시위가 연일 열리는 등 갈등이 컸었다
특히 슬레이저 경관은 스콧이 쓰러지자 동료 경찰관과 함께 다가가 쓰러진 스콧 옆에 마치 격투를 벌였던 것처럼 테이저건을 슬며시 놓아두는 등 증거조작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찰스턴 카운티 대배심은 이달 초 슬레이저 경관을 살인죄로 정식기소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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