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그의 가슴엔 ‘인종차별주의’의 상징이 보란 듯 붙어있었다. 정면을 응시하는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유서깊은 흑인교회에서 난입해 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후 체포된 용의자 딜란 루프(21)의 페이스북 속 모습이다.
그가 몇일 전 올린 프로필 사진엔 검은 점퍼를 입고 있는데 오른쪽 가슴에 과거 극단적 인종차별 제도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운용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로디지아(현 짐바브웨)의 국기를 누벼놓았다. 로이터통신은 “루프가 소수 백인이 다수 흑인을 지배하는 사회를 동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의 삐뚫어진 인종우월주의가 형성된 배경은 그의 자라난 환경과 최근 지역내 일련의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살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이스트오버는 매우 작은 마을 인데 주민 대부분이 흑인들이다. 학교에서 생활이나 평소 생활중 다수의 흑인사회에 적지않은 압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4월 찰스턴에서 비중장 흑인 월터스콧을 조준 총격해 살해했던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 경관이 기소된 사건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전후해 이번 사건이 일어난 찰스턴 지역에선 흑인들의 대대적인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일어났다.
사건 몇일 전 루프와 연락을 나눈 그의 어릴적 친구 조셉 미크 주니어는 “루프가 대화도중 흑인들이 세계를 지배할 판이라면서 백인을 위해 누군가가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고 회상했다.
사건 목격자인 실비아 존슨은 미국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가 교회에서 갑자기 일어난 후 ‘나는 이 일을 해야 한다. 당신들은 우리 여성들을 강간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당신들은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외치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확인한 법원 기록을 보면 로프는 아편 의존증 치료제인 ‘서복손’(Suboxone)이라는 약을 처방전 없이 소지한 혐의로 와 무단침입 등으로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 그의 지인들은 그를 ‘자낙스(Xanax)’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인물로 묘사했다. 범행 14시간만에 체포된 루프는 체포 당시 자신의 검은색 엘란트라 차량에 타고 도로에 주차해 있었다. 검거 당시 로프는 무기를 소지했으나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공개한 사망자 9명은 모두 흑인이다. 주 상원의원이기도 한 핑크니 목사 등 목사 3명이 포함됐다. 그는 평소 흑인인권 향상을 위한 운동을 지지해 왔고 오바마 대통령도 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루프가 지난 4월 아버지로부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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