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오는 23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제7회 전략경제대화(S&ED)를 갖고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간에 의견을 사전 조율하고 기존의 ‘불편한’ 현안들에 대해 해결점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전략경제대화는 미국과 중국이 양자간 현안과 지역, 국제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전략경제대화는 예년과 무게감이 많이 다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무역균형 등 경제문제에서부터 남중국해 영유권·사이버테러 등 안보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양측 모두 쉽게 놓쳐선 안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오는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오바마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대한 상대방을 파악하고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려는 양측간 두뇌싸움이 후끈하다.
이번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얼굴을 마주할 양국 대표주자로는 미국에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콥 루 재무장관이 나서고 중국측 에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양 부총리가 각각 대표로 참석한다.
현재 미·중간 가장 껄끄러운 난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중국측의 인공섬 조성 문제다. 양측이 날카로운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22일 미국과 일본, 필리핀 해군이 남중국해 인근 필리핀 팔라완섬 해상에서 합동 훈련을 하면서 군사적 긴장도 고조된 상태다.
또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정부기관 해킹 사건을 비롯한 사이버 보안 이슈도 양국 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 미사일 실험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미·중 양국은 전략경제대화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위한 ‘기본 틀’ 짜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서로 마주 보며 앞으로 나아가길(相向而行) 희망한다”며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협력을 촉진하는 한편 갈등을 적절히 해결해 미·중 신형대국관계가 새롭게 발전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분야가 치열한 힘겨루기 양상인 것과 달리 경제는 역시 양측이 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야다. 미국의 가장 큰 불만은 고질적인 대중국 무역적자다.
미국은 중국의 추가투자를 원하고 있고 중국 역시 조만간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미국의 환경상 BIT(양자투자협정)을 개선해 미국의 눈높이를 맞춰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신 미국은 중국 위안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Special Drawing Rights) 통화 바스켓 편입을 지지해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 IMF는 사실 위안화의 바스켓 편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상황이어서 미국만 ‘딴지’를 걸지 않는다면 위안화의 SDR편입은 예정된거나 마찬가지다.
중국 주도의 AIIB와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도 균형점을 이번에 찾게 될 전망이다. AIIB를 주도한 중국으로서는 역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과의 암묵적인 힘겨루기를 이어나갈 수 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TPP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며 대놓고 TPP가입을 종용한 상황이어서 중국의 TPP에 대한 입장이 처음으로 시사될 가능성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연구원은 “안보분야에서 껄끄러운 미·중 관계가 경제분야까지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분야에 대한 대화에 나설 뚜렷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달러 연구원은 “이번 전략경제대화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글로벌 경제 동향”이라며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와 유로 탈퇴의 위험성과 함께 미 연준의 출구전략도 대화 주제들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미·중 양국 모두 오는 9월 시주석의 미국 방문에서 의미심장한 발표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전략경제대화가 그런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연구소의 다니엘 라이트 연구원도 “(현재의) 미·중 관계는 근본적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전략경제대화와 오는 9월 시 주석의 방미가 그런 계기를 마련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서울 = 김대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