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토추상사가 ‘셰일가스 혁명’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4년 만에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사업을 접기로 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토추는 미국 셰일가스 개발업체 샘슨 리소시스의 지분 25%을 단돈 1달러에 매각했다.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일본의 대기업들 가운데 셰일가스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이토추가 처음이다.
이토추는 2011년 미국의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와 함께 야심차게 셰일가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토추는 그 해 약 780억엔(약 6973억원)을 들여 샘슨의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전 세계는 ‘셰일가스 혁명’이 안겨줄 원유와 가스의 공급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폭락의 여파에 미국 에너지 가격은 반토막이 났다. 이토추는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과 저유가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고, 샘슨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결국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토추는 앞으로 셰일 산업에 투자할 때 “원자재 가격 하락과 개발 위험 등을 철저히 조사해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셰일가스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토추 상사는 올해 1분기까지 셰일가스 사업에서 총 1000억엔을 손실로 반영했다. 이미 손실을 상각 처리했기 때문에 1달러 매각이 올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토추 상사는 앞으로 자원사업 대신 식품, 섬유, 인프라 등 비 자원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른 일본 대기업들도 미국의 셰일가스 사업 투자 손실에 허덕이고 있다. 스미토모는 2012년 셰일 사업에 1100억엔을 투자하며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개발 실패로 지난 회계연도 약 15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스미토모는 이와 관련 1992억엔을 손실로 반영, 상각 처리했다. 스미토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도 셰일가스 사업으로 각각 300억엔과 390억엔을 손실로 반영했다. 다만 이들은 투자한 광구는 이익을 내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들 대기업은 아직 철수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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