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피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그의 발자취는 영원히 남아 기억될 겁니다.”
미국 의회 ‘위안부 결의안’ 채택의 초석을 다진 고 레인 에번스(Lane Evans) 미 민주당 하원의원을 기리는 추모 출판기념식이 2일 경기도 광주 소재 나눔의 집에서 열렸다.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 고문이자 콜럼비아칼리지 교수인 서옥자 씨는 이 자리에서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에번스 전 의원의 알려지지 않은 활동상을 책으로 펴낸 ‘그대의 목소리가 되어’를 소개했다.
서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인연으로 에번스 전 의원을 만나 연인 혹은 대의를 위해 투쟁하는 동료로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그는 “파킨슨병에 허물어져가는 (에번스 의원의) 육신을 보면서 (에번스 의원이 했던 것처럼) 이 세상의 낮은 자, 힘들고 약한 자,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가 되기로 결심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청년이던 31세에 미 연방 하원 의원이 돼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고엽제 문제 등 약자를 위한 법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에번스 전 의원의 알려지지 않은 활동상을 두루 담았다.
1983∼2007년 미 일리노이주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레인 에번스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사실을 주장하며 미 의회 의사록에 기록을 남기며 위안부 문제를 미국 사회에 알렸다.
2001∼2006년 3차례에 걸쳐 일본의 사죄촉구 등이 담긴 ‘위안부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결의안은 번번이 상정되지 못하거나 회기가 지나 폐기됐다.
2006년 말 파킨슨병으로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그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두차례 방문해 이곳에서 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과 인연을 맺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에번스 의원이 나눔의 집에 왔을 때 심봉사가 심청이를 만난 것처럼 해학스럽게 행동해 할머니들을 웃게 해준 기억이 떠오른다”며 그를 추억했다.
에번스 전 의원은 피해 할머니들이 미국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할때도 직접 맞는 등 지난해 11월 요양원에서 숨질때까지 할머니들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2005년 10월∼2009년 3월 주미대사로 있을때 에번스 의원, 서 교수와 인연을 맺었고 이들이 ‘위안부 결의안’의 미 하원 통과를 위해 한 노력과 순간들을 직접 목격했었다”며 결의안의 미 하원 통과에 두 사람이 공이 크다고 치켜 세웠다.
이 전 대사는 “많은 사람이 2007년 미 하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의 주역을 마이크 혼다 의원으로 알지만 결의안 통과까지의 산파 역할을 레인 에번스 의원이 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도 2007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당시 본회의에서 “이 결의안은 나의 스승이자 동료 의원이었던 에번스 전 의원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신권 소장은 “일본군 위안부 실상을 미국사회에
이날 추모 출판기념식에는 저자 서옥자 교수를 비롯해 나눔의 집 원장 원행스님, 이태식 전 주미대사, 위안부 피해 강일출·이옥선 할머니, 권영남 시인 등 100여명이 함께 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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