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가 역사적인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야당인 미국 공화당이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고 쿠바는 정치관여 금지와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성명을 통해 국교 정상화를 공식 선언하고 “미국이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양국은 반세기의 적대를 끝내고 미래를 향한 역사적 발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국영TV에서 오는 20일 대사관을 재개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 개설 때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쿠바를 공식 방문해 성조기를 직접 미국 대사관에 게양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교환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의 다수당인 공화당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 소속)은 성명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잔인한 공산주의 독재에 의해 억압받았던 쿠바인들을 위한 조치는 전혀 없이 카스트로의 바람대로 정권의 정통성만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또 “쿠바 정권과의 관계는 쿠바인들이 자유를 향유할 때까지 재논의되거나 정상화해서는 안된다”면서 대쿠바 경제제재 해제에도 반대했다.
반면 쿠바는 국교 정상화와 함께 미국을 향해 정치관여 금지와 경제제재 해제를 강력히 촉구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성명을 통해 “양국민의 평등과 자유의지에 기초해 양국간의 우정을 발전시키기를 원하며, 양국은 서로의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쿠바 외교부는 “경제, 상업, 금융 분야의 봉쇄를 엄격히 적용하는 나라와는 정상적인 관계가 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또 “경제제재는 쿠바 발전의 최대 장애물이자 국제법 위반이고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수준에서 국교정상화로 평가하려 했으나 쿠바는 정치관여 금지와 경제제재 해제가 보장되지 않으면 완전한 관계 정상화로 보기 어렵다고 맞선 것이다.
미국은 쿠바와 국교를 단절한 이듬해인 1962년부터 금수조치를 취해왔다. 쿠바는 대사관이 재개설 이후에도 경제봉쇄 해제와 그동안 제재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쿠바의 인권 문제와 혁명정부 수립 직후 미국인과 미국 기업들로부터 몰수한
미국과 쿠바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 혁명을 이유로 1961년 1월3일 쿠바와 단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7일 전격으로 국교 정상화 추진을 선언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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