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실패로 그렉시트(그리스의 EU탈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진 가운데 이에 대처하는 유럽연합(EU) 정상 3인의 반응이 크게 엇갈려 배경이 주목된다. 한쪽에선 알렉시스 치프라스에 대해 ‘정면대결’을 선언하고 공세를 퍼붓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싸움을 말리거나 아예 ‘침묵’을 지키는 등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오전(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채권단이 제안한 협상안을 대폭 수용하는 새 제안을 냈다는 보도(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대해 당시 연방의회에 있던 메르켈 총리는 마이크를 잡고 연단에서 “투표 때까지 추가협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으면 위태로워 질 수 있고, 유럽공동체가 서 있는 법 규정과 책임의식을 잊어도 유로화는 실패하고 더불어 유럽도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전에 치프라스가 그저 ‘말썽꾼·골칫거리’였다면 이날 메르켈의 발언은 유럽의 통합을 위협하는 ‘범법자·파괴자’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가 이미 치프라스 정권을 몰아내는데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부주필이자 저서 ‘내부의적’(The Enemy Within)으로 유명한 시우마스 밀네(Seumas Milne)는 1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이제 독일 관심이 그리스로부터 단지 빚만 받아내는게 아니라는 게 확실해 졌다”고 말했다. 과거 로마제국에서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황제 하인리히 4세를 무릅 꿇히고 사과를 받아내 교황권 중심 질서를 대륙에 전파한 것 처럼 메르켈 역시 ‘치프라스의 굴욕’을 얻으내 EU이탈을 ‘무기’ 삼으려는 제2·제3의 그리스 싹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메르켈의 메세지는 EU 2위 국가인 영국 캐머런 총리에 ‘비수’가 돼 날아갔다. 평소 각종 국제사에 적극적 의견을 피력하던 캐머런 총리는 수일째 침묵중이다. 캐머런 총리 역시 지난 5월 총선을 통해 재집권하는 과정에서 “EU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며 국민들에게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투표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렉시트와 출발배경은 차이가 있지만 EU를 떠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은 꼭 같다. 이미 메르켈 총리는 캐머런 총리에게 “신중하라”며 경고를 보낸 바 있어 섣불리 ‘그렉시트’에 대한 언급을 했다간 상황이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물론 EU회원국이긴 하지만 유로화 대신 독자통화를 사용하며 그리스와 교역이나, 투자 등으로 묶여있는 규모가 다른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도 캐머런이 ‘강건너 불구경’하는 한 이유로 해석된다.
독일과 그리스의 충돌을 가장 적극적으로 말리고 나선 쪽은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다.
올랑드는 1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물도록 할 의무가 있다”면서 “지금은 거부나 비협조적인 성명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메르켈의 비협조적인 자세를 겨냥했다. 지난 2월 치프라스 총리의 ‘오른팔’ 역학을 하는 야니스 바루파키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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