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의 잇딴 추락으로 금 구리 철광석 원유 등을 수출하는 자원부국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다른 대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자재가격 급락의 충격이 가장 심한 나라중 하나는 호주다. 호주 정부가 올 상반기에 원자재 수출로 거둔 추정 수입은 128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철광석 수출 1위 국가인 호주는 금과 석탄 수출량도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일 정도로 광물자원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철강을 만드는데 쓰이는 점결탄 값이 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고 철광석 값은 t당 50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2011년 180달러의 약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4년전 t당 150달러를 기록했던 발전용 석탄도 최근 60달러대에 불과하다. 이처럼 호주의 주력 광물가격이 바닥세를 보이면서 호주가 ‘제 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제기됐다.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원자재가 차지하고 있는 자원 부국 인도네시아도 직격탄을 맞았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로 경제 전체가 흔들리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나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니켈, 팜유, 석탄 등의 원자재에서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제조업 등으로 성장엔진의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계속된 ‘원자재 수퍼사이클’이 끝나간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호주는 올들어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하했다. 뉴질랜드도 약 4년 만에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레이엄 휠러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낙농제품 가격이 더 하락할 경우 뉴질랜드 경제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팩은행은 뉴질랜드중앙은행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나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캐나다도 올 들어 기준금리를 두차례 낮췄다. 국제유가 하락의 골이 깊어지면서 에너지산업이 타격을 입은데 따른 이례적 조치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는 금리인하 카드를 섣불리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자국 통화인 루피화의 가치가 1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도 중국의 성장률 둔화 우려와 함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구리 생산량의 40% 가량을 수입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값 하락이 한국 수출기업들의 비용 절감에 긍정적이지만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 원자재 수출국들의 경제 악화로 수출시장이 위축되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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