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 중 가장 먼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선언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재선 후 첫 해외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했다. 아시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아시아에서도 가장 발전 가능성이 많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27일부터 나흘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4개국을 방문한다.
자카르타에 위치한 ASEAN 본부도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베트남은 영국 총리로는 첫 방문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순방길에는 총 30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순방기간 중 총 7억5000만파운드(약 1조3600억원) 규모 사업계약이 맺어질 예정이다. 영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에 수출보증 형태로 10억파운드(약 1조8000억원) 규모 인프라금융을 제공하는 것도 이번 순방기간에 확정된다.
캐머런 총리의 이번 순방은 동남아와 통상교역을 확대하는 한편 AIIB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활발해질 인프라 수주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AIIB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인프라가 취약한 ASEAN지역에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 그 전에 미리 길을 닦아주자는 것이다.
경제사절단에는 영국 보험사인 아비바와 로이드, 중장비 회사인 롤스로이스, 인프라 회사인 발푸르 비티, 항공기 회사인 에어버스UK, 건설장비회사인 JCB 등 영국 주요 기업 CEO와 경영진들이 포함되어있다. 특히 최근 영국이 핀테크(금융+IT)에 집중하면서 여러 핀테크 벤처기업들이 포함됐다. 비트코인 회사인 블록체인, P2P대출업체인 레이트세터 등이 참여한다. 아직 미개척분야인 동남아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려는 영국의 노림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신들은 이번 방문이 유럽에 집중되어있는 영국의 무역을 다른 국가들로 분산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목요일 캐머런 총리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기고를 통해 “인도네시아 인구가 헝가리보다 25배나 많지만 영국이 인도네시아에 하는 수출은 헝가리에 하는 것보다도 훨씬 규모가 작다”면서 동남아시아와 영국의 경제교류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현재 우리 이웃인 유럽의 경제가 침체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접근방법을 바꿔야한다”며 “우리의 물건을 팔기위해서는 지구 끝까지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아시아지역에서 군사 및 안보교류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가장 껄끄러워 하는 조코위 도도 인도네시아 총리,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대를 강화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사전 차단하는 것도 이번 방문의 중요 의제다. 최대 무슬림 국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서 약 200~500명이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역시 무슬림인구가 많은 말레이시아에도 60~150여명이 참여한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영국언론은 마약밀수혐의로 인도네시아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린지 샌디포드(56·여)가 이번 방문중 양국간 외교적 갈등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기준 영국 기업들의 아세안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규모는 104억달러(약 12조원)로 이는 아세안에 대한 전체FDI의 9%에 달한다. 양국 무역 규모는 2013년 기준 320억달러(약 37조원)를 기록했다.
AIIB는 지난 6월 말 중국 주도로 출범한 국제금융기구로 60여개국이 참여했다. 중국이 30.34% 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인도(8.52%), 러시아(6.66%) 순이다. 한국과 영국은 각각 3.81% 3.11%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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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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