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고위 간부들이 속속 실리콘밸리의 IT 업체들로 떠나고 있다. 이에 월가의 기업들은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십 년을 이어오던 인사정책까지 뜯어고치고 나섰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은 실리콘밸리의 인력흡수현상을 19세기 서부개척시대의 캘리포니아 드림에 비유하며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인력 쟁탈전’을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새로 둥지를 트는 이들은 월가에서도 핵심인력으로 간주되던 인물들이다.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로렌스 토시를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엔비에 내줬다. 80년 역사의 미국 대표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역시 최고재무책임자였던 루스 포랫을 지난 3월 구글에 빼앗겼다. 트위터의 기업공개(IPO)를 책임졌던 골드만삭스의 앤서니 노토는 지난해 7월부터 트위터의 최고재무책임자로서 활약하는 중이다.
고급인력들이 실리콘벨리행을 택하는 것은 우선 금전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록 이들이 월가에서도 거액의 연봉을 받았지만, 급성장 중인 실리콘밸리 기업의 지분을 봉급 대신 받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라는 것.
로렌스 토시는 에어비엔비로 자리를 옮기며 지분을 받게될 것이 예상되는데, 아직 기업공개(IPO)조차 하지 않은 에어비엔비 지분의 가치는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잠재가치가 높다.
단순 연봉에서도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이 강세를 보인다. 루스 포랫은 구글에 재직하며 모건스탠리 시절 받던 돈의 두 배가 넘는 봉급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구글의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약 465조2800억원)가 넘는 반면, 모건스탠리의 시가총액은 780억 달러(약 90조7296억원) 규모다.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은 소속 간부들이 화려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실리콘밸리의 경영진들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월가 기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수치의 성장 성과를 이력에 담을 수 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 역시 실리콘밸리 기업의 강점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콧대 높던 월가의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근로자 친화적인 인사정책을 도입하는 중이다. 일부 사모펀드들은 신규 채용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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