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인 기자와 카메라맨에 총격을 가해 살해한 범인이 인종차별 망상에 시달렸다는 행적이 속속 드러나며 미국 사회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용의자는 흑인인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으로 범행 직후 ABC방송에 보낸 23쪽짜리 문건을 통해 지난 6월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의 흑인교회 총기난사가 범행 동기가 됐다면서 ‘인종전쟁’을 언급했다. 과거 한인 대학생 조승희가 저지른 총기 난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도 적었다.
전 직장에서 플래내건은 편의점에 들러 수박 음료를 사올지 묻는 말, 차로 목화밭 곁을 지날 때 예전에 목화밭을 본 적이 있느냐는 평범한 말조차 인종차별로 받아들였다. 수박과 목화는 노예해방 전후에 흑인들이 주로 재배했던 품목으로 흑인을 비하할 때 활용되는 단어들이다.
그는 흑인교회 참사 이틀 후인 6월 19일 범행을 위한 총기를 구입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범행 선언문을 보내기 위해 ABC방송에 팩스번호를 문의하기도 해 오랜 계획된 범행임이 드러났다.
플래내건은 1970년대 백인 밀집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이스크 오클랜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 백인으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으며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플래내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별탈없이 성장했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플로리다주 텔러하시의 방송국 WTWC에서 1999년 기자 겸 주말 앵커로 활약했으나 동료들과 사사건건 시비가 붙어 1년만에 해고됐다. 그는 WTWC가 자신에게 인종차별을 가했다고 고소했다.
또다른 직장인 버지니아주 베드포드의 방송국 WDBJ에서도 동료 기자와 PD들과 불화로 2013년 2월 해고됐다. 희생자인 여기자 앨리슨 파커(24)는 플래내건과 같은 시기에 WDBJ에 있었지만 함께 일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플래내건은 그러나 파커가 자신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범행 후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특히 이번 총격사건으로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을 전해듣고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이 나라에는 테러로 세상을 떠난 사람보다 총기 관련 사건으로 숨진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마음아파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총기 폭력을 줄이기 위해 의회가 할 수 있는 숙제들이 있다”고 말해 의회가 총기규제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이제는 총기 폭력을 멈추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마트는 범행에 사용된 AR-15(M-16 계열 소총의 민간형 모델) 등 반자동 소총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미국내 약 4600개 월마트 매장 중 1000여개 매장에서 반자동 소총이 판매되고 있다.
한편 2012년 미국 콜로라도 주 영화관에서 ‘배트맨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