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서 쓰레기 처리를 요구하며 시작된 민원 시위가 반정부 규탄 시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능력한 행정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2010년 아랍권에 불어닥친 ‘재스민 혁명’ 바람이 뒤늦게 레바논에 불어닥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일주일 만에 쓰레기 수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다시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레바논 시민 5만여명이 참가해 마비된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정상화시킬 것과 환경장관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넌 썩은 냄새가 난다(You Stink)’의 라샤 할라비 대표는 “정부에 대해 우리 요구에 대답할 72시간을 주겠다”면서 “만약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내달 1일 더 큰 저항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일부 시민들은 “레바논의 시민혁명이 시작됐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총선 실시와 대통령 선출을 요구했다.
레바논 시위는 수도 베이루트의 매립시설 포화에도 불구하고 무능력한 정부가 새로운 매립지를 찾지 못한데서 발생했다. ‘중동의 파리’라고 불리우던 베이루트는 쓰레기 더미에 묻힌 도시가 되버렸다. 지난달 17일부터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자 참다 못한 시민들이 지난 22일부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쓰레기 수거를 요구하던 시위는 정치권 전반의 무능과 부패를 규탄하는 성격으로 변했다. 이 와중에 경찰과 충돌해 시민 1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레바논에서 정부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은 고질적인 종파·종교간 갈등 때문이다. 시리아는 정치세력이 시아파 이슬람교도, 수니파 이슬람교도, 기독교인 등으로 서로 나뉘어 계속 충돌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아파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놓고 국론이 분열돼 의회와 내각이 사실상 마비상태다. 2009년 총선을 치러야 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채 의회 임기가 두 차례 연장됐다. 의회에서 선출하는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이후 합의가 되지 않아 공석이다. 레바논은 만성적인 전기·상수도 공급 부족에 시
쓰레기 대란이 계속될 경우 레바논에 정부 전복을 위한 혁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010년 재스민혁명은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 리비아 등으로 퍼져나가 현지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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