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이버해킹 이슈가 양국간 최대 갈등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장관급 관료를 미국에 급파해 정상회담 전 타협에 나섰지만 미국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경제제재 카드까지 꺼내들며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멍젠주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시진핑 주석 특사로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사법분야를 총괄하는 멍 서기의 이번 방미는 미국 정부가 해킹 문제를 놓고 중국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오는 22일부터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양국간 막후 조율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멍 서기는 방미기간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사이버안보 문제를 담당하는 고위급과 잇따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해킹이나 사이버 스파이 행위에 연루된 중국 기업과 개인들을 제재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미국 기업들로부터 기밀을 절취하고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신상 자료를 빼낸 해커들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게 미국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강경한 어조로 중국의 사이버 공격행위를 비난해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미군 장병들과 타운홀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사이버공간에서 중국이 자행하고 있는 일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중국으로부터 나오는 사이버 공격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이달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을 때도 백악관은 관련된 언급을 피해왔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최근 미국 하원 정보특별위원회에 “미국의 안전보장 정보에서부터 기업 비밀, 지적재산권 등을 표적으로 중국이 사이버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면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같은 허술한 위협에 대응해 중국 측의 비용과 리스크를 상승하게 함으로써 사이버 공격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밝혀 제재조치 시행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6월 미 연방정부 기구인 인사관리처(OPM)가 해킹당해 공무원 2200만여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또 에너지부가 2010년부터 4년간 150여 차례에 걸쳐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해킹의 배후로 러시아 중국 이란 출신 해커들을 지목하고 있다.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앤섬을 해킹해 고객과 직원 8000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도 미국 정부는 중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해 5월에도 미국 법무부는 중국군 산하 ‘해킹부대’인 상하이 61398부대 장교 5명이 US스틸 등 미국 기업들을 해킹했다며 이들을 산업스파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미기간 파열음을 염려한 중국은 유화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11일 차이나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은 함께 사이버 안보에서 협력할 수 있다”며 “국제 사회에서 상호존중, 평등에 입각해 사이버 안보 규칙을 함께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있지만 양국은 해킹문제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분쟁, 금리인상 등의 의제를 두고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공사를 중단했다는 당초 주장과 달리 건설활동을 계속중인 것으로 확인되자 미 의회에서는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미 군함과 항공기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인위적으로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전 세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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