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열린 2차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TV토론에서도 지난달 1차 때처럼 ‘막말’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토론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원맨쇼’에 가까웠던 지난 토론과는 달리 트럼프는 경쟁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칼리 피오리나 전 휴랫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 비판이 돋보였다.
이날 CNN 주최로 캘리포니아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TV토론에서는 트럼프 ‘독설’이 먹혀들지 않았다. 피오리나, 젭 부시, 크리스 크리스티 등 여타 후보들이 트럼프 못지 않은 날선 공격을 퍼부었다.
“트럼프에게 핵단추를 맡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피오리나 전 CEO는 “트럼프는 훌륭한 엔터테이너다.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에게 핵단추를 맡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잘 알아서 판단해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백악관에 견습생(apprentice)은 필요없다”고 거들었다. ‘견습생’은 트럼프가 출연해 “넌 해고야”를 외쳤던 유명 TV프로그램이다.
트럼프가 최근 피오리나 외모를 두고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겠나’라고 한 것에 대해 랜드 폴 상원의원이 “외모를 갖고 평가하는 유치한 후보가 한명있다”고 비판했고, 피오리나는 “트럼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 국민이 똑똑히 들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뒤늦게 “피오리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다. 전에 내가 한 말은 성격을 가리킨 것이었다”고 꼬리를 내렸다.
트럼프가 피오리나를 향해 “CEO로 있는 동안 회사가 급격히 어려워졌고 많은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공격하자 피오리나는 “트럼프는 카지노사업을 운영하다 엄청난 빚을 졌고 4차례나 파산신청을 했다”고 반격했다. 트럼프가 “내가 경영할 때는 애틀랜틱시티 카지노가 10억달러 가치가 있었다. 회사가 어려워지기 전에 나는 최적의 타이밍에 빠져나왔다”고 해명하자 이번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발끈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정말 축하드린다”고 비꼬면서 “트럼프 회사에서 수백명이 직장을 잃었고 서민들과 중산층이 고통받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가 운영하던 카지노가 있는 애틀랜틱시티는 뉴저지주에 소재하고 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내가 주지사로 있을 때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도 카지노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내가 중단시켰다”고 폭로했다. 트럼프가 이를 부인하자 이번에는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가 자신의 결혼식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주자를 초청했더라”고 폭로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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