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각각 워싱턴D.C.와 시애틀을 통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국 정가는 가장 ‘핫’한 일주일을 맞게 될 전망이다.
생애 첫 방미길에 오르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양극화 해소, 기후변화 대책 등을 촉구하며 진보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놓고 미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터라 미중 정상회담 성과를 놓고 정치권내 이해득실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 백악관 방문, 24일 상·하원 연설, 25일 UN총회 연설 등 정치적 행보에 나선다. 교황의 사상 첫 의회 연설에는 미국 자본주의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젊은 시절 아르헨티나 빈민촌에서 활동하며 규제받지 않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해왔다. 게다가 교황이 기후변화와 양극화 문제에 대해 미국측 대응을 요구하고 있고, 이민자와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번 방미 기간 교황 활동이 미국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워싱턴에서 수백명 노숙자와 극빈 이민자 일용노동자 등을 직접 만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위로할 예정이어서 일부 미국 위정자들은 불편함을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교황의 진보적 행보에 가장 우려하는 쪽은 공화당이다. 공화당은 기후변화, 양극화, 이민자 등에 있어서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황이 어떤 내용의 연설을 할지를 놓고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인들의 교황 지지도가 70%에 이르는 만큼 교황이 미국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내년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화당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젭 부시 공화당 대선후보는 “종교를 통해 정치 영역에 관여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고, 폴 고사르(애리조나) 등 일부 의원들은 교황의 의회 연설에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미 역시 공화당에는 부담스런 이벤트다. 공화당은 줄곧 ‘중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는 논리로 시 주석의 국빈방문 자체를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기회를 마련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인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시 주석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23일 미·중 IT포럼 참석, 25일 미·중 정상회담, 28일 UN총회 연설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측 대응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시 주석은 미·중 사이버 군축 협정을 통해 사이버 해킹으로 인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주권에 관한 사항으로 미국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며, 인권문제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선에서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운 의제들이 많아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양국이 공감 의제인 북한 핵문제, 기후변화 대책, 대테러 방안 등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면서 정상회담의 성과로 내세울 공산이 크다.
이밖에 지루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양자간 투자협정(BIT)도 이번 정상회담 기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제·무역, 에너지, 인프라 건설, 인문교류, 환경보호 등의 분야에서도 일부 합의와 상당한 진전이 예상된다.
한편 시 주석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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