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파문으로 흔들리는 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권가도가 흐릿하기만 하다. 미국 대선 향방을 좌우한다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여론조사에서 또다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스윙 스테이트’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지난 9월 말 미 NBC 방송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클린턴은 공화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림은 물론 같은 당 경쟁주자 버니 샌더스에 비해서도 약한 경쟁력을 보이는 모습이다.
‘스윙 스테이트’란 선거 때마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표심이 왔다갔다하는 몇몇 경합주를 지칭하는 미국 선거용어다. 한국과 달리 선거인단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대선 특성상 ‘스윙 스테이트’를 몇 곳이나 차지하느냐에 따라서 대선 승패가 좌우된다.
구체적으로 클린턴은 공화당 유력 주자들과 붙는다면 두 경합주를 몽땅 잃을 확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뉴햄프셔주에서는 공화당 후보로 젭 부시나 칼리 피오리나가 나온다면 클린턴보다 이들을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의외로’ 공화당 1위 주자로 인기몰이를 한 도널드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3%p 차이로 패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같은 당 소속 버니 샌더스는 클린턴에 비해 선전하는 것으로 나왔다. 뉴햄프셔에서 샌더스는 부시와 동률을 이루고 피오리나를 아슬아슬하게 꺾어 클린턴보다 승리할 확률이 높았다. 트럼프는 샌더스에게도 10%p 차이로 졌다.
아이오와에서는 클린턴의 상황이 더 나빴다. 젭 부시와 칼리 피오리나에게 각 10%p, 14%p 차이로 패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트럼프에게도 7%p라는 큰 지지율 차이로 뒤처졌다.
여기서도 샌더스는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 비록 부시에게 2%p, 피오리나에게 3%p 차이로 진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지지율 차이가 작아 해볼만한데다, 트럼프 상대로는 아예 승리를 거두기까지 했다.
좀처럼 뒤집기 힘든 ‘호감도’에서부터 샌더스에 밀린다는 점이 클린턴의 고민거리다. 뉴햄프셔 유권자 중 클린턴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비호감’ 응답은 무려 59%로 ‘호감’ 응답보다 무려 24%p가 높다. 아이오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비호감’ 응답이 ‘호감’보다 23%p 더 높았다.
반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양쪽 모두에서 샌더스는 ‘호감’ 응답을 더 많이 받았다. 클린턴이 ‘비호감’을 더 많이 받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이처럼 클린턴의 대권가도에 ‘먹장구름’이 드리운 건 최근 발생한 여러 악재를 떨쳐내지 못하고 이미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업무에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는데다,
이번 여론조사는 뉴햄프셔와 아이오와에서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각 1196명, 1199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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