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신흥국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영국 은행 스탠다드 차타드(SC)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영업손실로 인한 올해 적자 규모가 무려 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필사적인 ‘생존모색’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은 SC 뿐 아니라 다른 금융권도 마찬가지여서 신흥국의 위기가 차츰 글로벌 금융권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파이낸셜타임즈(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SC의 빌 윈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세계 SC지점 직원 9만 여명에 “고위 간부급 직원 최소 1000여명을 몇달 이내에 불가피하게 감원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일괄 전송했다.
전세계를 무대로 영업하는 SC는 총 4000명의 간부급 직원이 있다.
9일 SC 대변인은 이를 공식 확인하면서 “윈터스 CEO는 SC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현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조직 구조를 단순화하는 차원에서 이미 추가 인력 감축을 예고했었고, 관리자급 인원을 축소하기 위해 전체 간부급 직원의 25%를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SC는 지난 7월 윈터스 CEO의 비용절감 전략 차원에서 최고위 간부급 임원들을 재조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차례 예고는 했었지만 정작 매니저급 직원들 4명중 1명을 자른다는 ‘폭탄’이 떨어지자 직원들은 쇼크에 빠진 상황이다.
이처럼 영국 최대 글로벌 은행이 이례적 구조조정에 착수하게 된 데에는 신흥국 사업의 위기가 주요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SC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영업이익의 약 90%를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성장세 침체에 따른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SC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을 전후해 중국·홍콩·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브라질 등에서 공격적인 신흥국 시장 전략을 펼쳐 온 덕에 지난 10년간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이어왔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 등이 고전할 때 신흥국 시장의 급성장의 ‘과실’을 탐닉해왔던 셈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 둔화에서 시작됐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중국계 은행의 대출 부실화 위험이 커지면서 이들 은행에 대출해줬던 SC의 대출 또한 동반 부실화 됐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브라질 등지에서 진행한 원자재를 담보로 한 대출 역시 줄줄이 부실화되면서 위험에 노출됐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흥국 통화가치 까지 폭락하면서 SC도 이중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원자재값 하락과 통화가치 폭락의 재앙이 낳은 신흥국국 위기가 이들 국가에 베팅한 SC에게 그대로 옮겨붙은 꼴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영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결과를 미리 예측한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C의 올해 자본적자 규모는 40억 달러에 달할 예정이다.
중국 둔화세 리스크가 가시화된 올해에만 SC의 주가는 20% 곤두박질쳤다. SC는 지난 2월 JP모건 공동 CEO 출신의 윈터스 CEO를 영입했고 그에게 은행의 글로벌 구조조정을 맡겼다. 윈터스 CEO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세에 따라 원자재 분야 금융사업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SC는 전략 재검토 차원에서 전세계 고객 규모를 줄이고, 3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자산을 매각한다는 내용도 같이 발표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SC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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