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동차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아베노믹스발 엔저를 등에 업고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 호실적 비결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4~9월·3월 결산법인) 도요타 닛산 후지중공업 등 주요 7개 자동차업체들의 영업이익이 2조5,000억엔을 훌쩍 뛰어넘어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0% 늘어난 4,115억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후지중공업 역시 50% 이상 늘어난 2,8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내부적으로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던 마쓰다와 스즈키 영업이익도 각각 15%와 10% 늘어난 1,2000억엔, 1,000억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도요타 영업이익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도요타는 올 들어 9월까지 전세계 시장에서 749만8,000여대의 차량을 판매해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겪고 있는 폭스바겐(약 743만대)를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2년 연속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엔저의 힘이 크다. 올해 회계연도 상반기 달러당 엔화값은 121엔 안팎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엔 정도 떨어졌다. 2012년 12월 아베 2차 정권이 들어선 직후 달러당 80엔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50% 이상 절하됐다. 해외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업계에는 아베노믹스발 엔저가 구세주나 다름없다. 올 상반기에만 엔저 효과로 후지중공업과 닛산은 약 1,000억엔의 영업이익 상승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엔저 효과는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 폭락으로 인해 신흥국에서 본 환차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생긴 일본 자동차업계 실적을 견인한 것은 북미시장이다. 저금리와 가솔린 가격 하락으로 올해 북미시장 신차판매량이 14년 만에 최고치인 1,7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익률이 높은 닛산의 로그나 후지중공업의 포레스터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가능케했다. 후지중공업은 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 SUV개발에 집중해 미국 시장에서 7년 연속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북미시장 호황은 소비세 8% 인상 이후 판매대수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일본 국내 시장 부진을 충분히 만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성장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시장 둔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은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당 75엔까지 급등했던 엔고시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위주로 체질을 확 바꿔놓은 것이 엔저와 맞물리면서 역대 최고 실적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자동차 업종 영업이익 확대는 일본 경제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용·부품 등 전후방 효과가 큰 데다, 일본 증시 전체 순이익의 20% 정도가 자동차 관련업종에서 나올 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호실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고 시절 구조조정으로 생산설비 과잉이 해소돼 있는 데다 가장 큰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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