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함 진입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마찰 진앙지로 떠오른 남중국해 도서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이 국제재판소인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다뤄지게 됐다. 당초 필리핀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PCA에 제소했지만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는 주권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PCA가 아니라 당사국 간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PCA가 4개월간의 검토 끝에 “남중국해 영유권이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는 중국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남중국해 도서를 둘러싼 분쟁은 PCA 관할에 속한다”고 판정했다. PCA는 남중국해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필리핀을 중재해 내년에 결과를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필리핀은 지난 2013년 시작된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1982년에 마련된 UN 해양법 협약에 위배되기때문에 무효화돼야 한다고 국제재판소에 제소했다. 또 중국이 주장하는 산호초와 모래톱은 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하이콴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그러나 “일방적으로 국제재판소에 제소해 더 많은 불법적 이득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터무니없다”며 “중국은 직접 당사국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이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기회”라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며,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논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에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은 피하자는데 합의하며 당장 우발적인 무력충돌 위기에서 한발 물러서게 됐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과 우성리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은 29일(현지시간) 화상을 통한 군사회담을 갖고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한 기존 합의문을 준수하고 대화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또 11~12월 예정된 군사교류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키로 했다. 중국 해군의 소함대는 미·중 군사교류 차원에서 내달 3일 미국 플로리다주 메이포트에 입항할 예정이다. 또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내달 2일부터 5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스콧 스위트 태평양함대사령관도 조만간 중국을 찾는다.
무력충돌 위기는 넘겼지만 미·중 양국간 입장 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리처드슨 총장은 회담 직후 “항행의 자유를 위한 작전은 국제법에 따라 모든 나라에게 보장된 해양과 영공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라센함이 남중국해에 진입한 것은 특정국가의 주권에 대한 도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측은 미 구축함이 남중국해에 진입한 것은 중국의 영유권에 도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양위쥔 중국 국방부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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