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럭셔리 명품 회사인 S.T.듀퐁의 알랑 크레베 CEO는 “다음 세대까지 물려 줄수 있는 명품을 추구한다”는 회사의 철학을 밝혔다. <김호영 기자> |
고급 필기류, 라이터 등 남성 럭셔리 제품으로 유명한 S.T.듀퐁. 1872년에 설립돼 140여년 동안 프랑스 고급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고히 지켜오고 있다. 2012년 듀퐁은 샤넬과 더불어 프랑스 정부로부터 ‘살아있는 유산 기업(Living Heritage Company)’으로 인증될만큼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이렇게 세기를 넘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경제 ‘더 비즈 타임스’는 알랑 크레베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비결을 물어봤다.
-처음 어떻게 S.T.듀퐁에 합류하게 되었나
▶S.T.듀퐁은 프랑스인이라면 익숙한 명품 브랜드다. 나는 P&G그룹에서 뷰티와 스킨케어 상품 유럽 마케팅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해 2000년부터는 LVMH그룹으로 옮겨 지방시 향수 부문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지인을 통해 한 프랑스 명품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알고보니 그 기업이 바로 S.T.듀퐁이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모두 듀퐁 제품을 애용하는 것을 보고 자란 프랑스인으로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S.T.듀퐁의 최대 주주인 중국계 대부호 디킨슨 푼(Dickson Poon)과의 만남을 계기로 2006년 듀퐁에 합류하게 됐다.
-어떤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나
▶단순하다. 선택과 집중이었다. 잘하는 것은 더 집중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과감히 줄여나갔다. 그중에서 줄여나간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남성 의류다. 홍콩과 한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류는 실적이 좋지 못했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남성 소품에 집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단 홍콩과 한국은 의류 분야에서도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에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남성 의류도 계속 판매하고 있다.
-듀퐁이 새로 선보이는 전략에 대해 알려달라
▶이번에 오트쿠뛰르라는 특별 주문제작방식을 선보인다. 나는 역사를 이해하면서 영감을 주로 얻는다. 듀퐁이 처음 나폴레옹 등 고위층에게 소품 주문제작을 받았던 일에서 시작했다는 점에 착안했다. 듀퐁에서 일하는 장인들과 함께 듀퐁의 가치있는 고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제작해주고 자기만의 제품을 간직한다는 가치를 기치로 내세웠다.
또 다른 전략은 협업(콜레보레이션)이다. 지난 2006년 제임스본드 007 시리즈와 콜레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반응이 좋았다. 이번 007 스펙터 시리즈에서도 함께 제작하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특히 본체에 총알 구멍이 나 있는 라이터를 제작했다. 라이터 본체에 가스통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운데 구멍을 뚫은 디자인은 매우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밖에 디즈니와 계약하면서 스타워즈 시리즈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워즈는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을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훨씬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듀퐁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하나는 품질이다. 다음 세대에도 물려줄 수 있을 정도의 명품 가치에 걸맞는 품질을 추구한다. 보통 라커는 옻칠을 하기 때문에 불에도 타지 않고, 떨어뜨려도 손상되지 않는 등 제품의 완성도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한다.
품질에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생기는 재미있는 일화도 생긴다. 미국에서 한 소비자는 듀퐁 라이터를 모르고 세탁기에 돌렸는데 그후에 문제없이 작동했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악어가 모르고 듀퐁 라이터를 먹었다가 뱉었는데 라이터에는 손상이 없고 악어 이빨이 부러졌다고 한다. 이만큼 강한 내구성과 지속성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또 한가지는 바로 ‘절제’다. 보통 명품들은 로고나 네임 테그로 제품에 브랜드가 두드러지게 하거나 화려하고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 특징을 나타낸다. 하지만 우리는 브랜드 로고를 최소한으로 드러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얌전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선보인다.
홍콩의 한 단골 고객은 전체가 다이아몬드로 박힌 라이터를 내보이면서 듀퐁도 이런 라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화려함보다는 고객의 관심과 취향에 맞는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의 라이터를 역제한했다. 그 홍콩 고객은 프랑스 루이 13세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를 모티브로 라이터를 특별히 제작해 선보였더니 매우 흡족해했다. 이처럼 우리는 너무 두드러진 화려함보다는 고객의 니즈와 감성에 맞춘 조화로운 듀퐁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제작한다.
-역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는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여행을 많이 다닌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고 경험하고 교류하면서 경영을 위한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앉아서만은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없다. 직접 마켓을 보고 현장을 봐야한다. 본사 경영진들도 분기별로 아시아,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 등 적어도 한 곳은 직접 돌아보도록 한다. 그리고 서로 경험한 내용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는 오트 크리에이션(Haute Creation·주문제작방식), 콜레보레이션 전략을 라이터나 라커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전략은 계속 유지해나가돼, 앞으로는 가죽 제품으로도 확장시킬 계획이다.
[김미연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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