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전일 24시간 동안 진행된 광군제 할인행사때 알리바바 인터넷쇼핑몰 T몰을 통해 912억 위안(16조5,000억원)어치의 상품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두 행사 기간때 발생한 매출을 합친것보다 4배나 많은 수치다. 지난해 42%였던 모바일주문 비중이 올해는 68%로 치솟아 앞으로 모바일 기반 인터넷쇼핑이 한층 더 늘어날 것이란 진단이다.
올해 내내 판매부진으로 신음하던 자동차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차 판매대수는 222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1.8%나 증가했다. 판매대수는 지난 1월 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다. 중국 신차 판매는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9월부터 소폭 회복세로 전환하더니 지난달에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업체들의 할인 경쟁과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달부터 배기량 1600cc 이하 소형차 취득세를 기존 10%에서 5%로 대폭 인하했다. 여기에다 한국, 독일, 일본 등 외국계 합작사와 중국 토종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신차 가격을 경쟁적으로 10% 가까이 인하한 점도 고객들의 자동차 잠재매수 수요를 부추겼다. 중국 내수 바로미터인 자동차 판매가 회복되면서 철강, 기계 등 연관산업까지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의 소비부양 정책이 힘을 발휘하면서 내수 지표도 살아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 10.9% 증가율을 소폭 웃돈 것으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다. 소매판매 증가는 전자상거래가 이끈 것으로 보인다. 롄핑 교통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매판매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온라인 쇼핑 고객 저변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광군제 행사에서도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50대와 60대도 온라인 구매행렬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침체에 빠진 수출 대신 내수 진작에 올인하고 있어 연말까지 소비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고, 기업들은 과감한 가격할인에 나서고 있다. 이번 광군제 행사에서도 샤오미, 메이주 등 중국 토종 스마트폰 브랜드는 10~20% 가격을 낮춰 애플 등 외국 브랜드를 압도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내수에 목을 매는 이유는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한계에 다다른 반면 13억 내수시장은 여전히 성장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내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13년 48%, 작년 51%에서 올해 1분기에는 60%까지 치솟았다.
광군제를 만들어 소비열풍을 주도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신’처럼 떠받치는 상인들도 생겨났다. 광군제 행사를 앞두고 광저우 전자상가 앞에는 상인들이 마윈 회장을 위한 제단을 차려놓고 대박을 기원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재고를 남기지 않도록 해달라’ ‘환불, 반품이 없게 해달라’ 등 기원문을 올려놓은 제단에 향을 피우고 ‘장사의 신’을 향해 절을 했다. 일부 기업들은 사기진작과 소비독려를 위해 직원들에게 광군제에서 쓰도록 ‘훙바오’(紅包 돈봉투)를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이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국경제 성장률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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