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대통령이 되면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물고문을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이날 ABC 방송의 '디스 위크' 프로그램에 출연,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에게 자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물고문은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그들은 물고문을 하지 않고 그냥 참수한다. 또 사람들을 우리에 가둬 바다에 담가 익사시킨 뒤 다시 꺼낸다"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짓, 그들이 (IS에 참수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물고문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심문기법, 아주 강한 심문기법을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물고문을 불법으로 규정한 가운데 나온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정치권에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전망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 물고문을 비롯한 각종 고문 행위를 없애겠다고 공언했고, 그 정책의 연장선에서 지난해 12월 당시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중앙정보국(CIA)의 고문실태 보고서를 전격 공개한 바 있습니다.
물고문과 성고문 위협, 잠 안재우기 등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 대원들에게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는 미국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일부 모스크(이슬람사원) 폐쇄 발언 논란과 관련해선 "모스크를 폐쇄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감시를 하겠다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 급진화되는 요주의 장소, 즉 자세히 관찰해야 할 곳들이 분명히 있다"며 기존의 '모스크 폐쇄'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섰습니다.
제3당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내가 앞서 이것(3당 불출마 약속)을 했을 때 나는 내가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했었다"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다. 나는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공화당 일부 인사들이 '반(反) 트럼프' 캠페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것으로, 당 차원에서 자신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면 언제든지 탈당해 제3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일종의 '협박성' 발언인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사상 최악의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공화당 주자 가운데 유독 트럼프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보여 주목됩니다.
파리 테러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략적 요충지 뉴햄프셔 주(州) 에서 유력한 경쟁자 벤 카슨을 10% 포인트 차로 따돌린 트럼프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 1위로 재부상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1천4명·11월16∼19일) 결과 트럼프는 32%를 얻어 22%에 그친 카슨을 크게 앞질렀다. 그다음은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11%,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
워싱턴 정가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를 묻는 질문에도 트럼프는 47%를 기록해 카슨(22%), 루비오(11%), 크루즈(9%), 부시(7%) 등 다른 주자들을 압도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극단적이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이번 테러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