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세력이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과거사 왜곡 서적을 대대적으로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겉다르고 속다른’ 행보는 모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는 한일 관계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미국내 양심적인 학자들로부터도 비난에 직면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주요 연구기관과 학계 아시아 전문가들에게 위안부 문제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담긴 두 종류의 서적이 전달됐다. 일본 우익 대변지 산케이신문사가 제작한 ‘역사전쟁(History Wars)’과 반한(反韓) 성향의 평론·저술 활동으로 한때 한국에 입국이 거부된 적이 있는 오선화 다쿠쇼쿠대 교수가 쓴 ‘극복하기 : 왜 한국은 일본 때리기를 중단해야 하는가’이다.
‘역사 전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한국 여성을 강제로 동원한 적이 없는데 위안부가 강제로 성노예가 됐다는 잘못된 사실이 전세계에 유포되면서 일본 명예가 실추되고 국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성 노예(sex slaves)’라는 용어를 공식으로 사용하는 미국을 ‘일본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배포가 시작된 두 권의 서적에는 일본 대표 우익인사인 이노구치 구니코 자민당 참의원 서한이 첨부돼있어 일본 우익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있다. 이노구치 의원 서한에는 “일본 내에서 정치적 야망을 품고 20세기 동아시아 역사를 부정확하게 왜곡하려는 개인들로 인해 불편한 환경이 조성돼있어 언론사와 학자로부터 받은 이들 서적을 발송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서적과 이노구치 의원의 서한은 미국 뿐만 아니라 주요국 수백여명 학자와 전문가들에게도 발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행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난 8월 전후 70주년 담화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물론 아베 총리가 최근 자민당 산하에 ‘전쟁 및 역사인식 검증위원회’를 설치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또다른 과거사 왜곡
서적을 전달받은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학 교수는 “국무부가 ‘성노예’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미국이 일본의 적이라는 식의 인식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일본의 행위를 비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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