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 폭발음 사건의 한국인 용의자 전 모(27) 씨가 9일 일본에 자진 입국, 일본 경찰에 체포됨에 따라 사건은 발생 16일만에 급진전하게 됐다.
신병이 일본 경찰에 인도됨에 따라 향후 수사 또는 재판 등 일체의 형사·사법 절차는 일본 당국에 의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병 인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외교마찰은 일단 피하게 됐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알려질 전 씨의 발언 등이 양국 관계에 파장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우선 한일 정부간에 공식적인 수사 공조가 가동되기 전, 전 씨가 입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씨는 지난달 21일 일본으로 입국했다가 폭발음 사건이 벌어진 23일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일부터 일본 언론에 한국인이 유력 용의자로 보도됐지만 전날까지 일본 수사 당국은 전 씨를 입건하거나 한국에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전씨의 입국은 의외의 사태 전개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자진입국해 공항에서 체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자진해서 입국한 것이 맞다면 우선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입국한 것일 수 있다.
전 씨는 8일 보도된 일본 방송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간 것은 인정하면서도 폭발음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고, 9일 첫 경찰 조사에서도 “잘 모르겠다”며 일단 혐의를 부인했다고 NHK와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또 향후 조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종의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해 입국을 결정한 것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일본 경찰의 첫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는 점은 그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외교적 파장을 감안한 한국 정부 당국이 전 씨에게 일본에서 조사받을 것을 권유했을 개연성도 제기될 수 있어 보이지만 그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본측에서 수사 공조 요청도 없었던 상태였으며 전씨의 일본 입국 여부, 일본 경찰의 움직임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그가 왜 일본에 갔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된 만큼 전례에 비춰 구속된 피의자 신분으로 1차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검찰로 송치돼 2차 조사를 받을 공산이 크다.
일본 경찰은 폭발음이 들린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전씨가 머물던 호텔에 남겨진 담배꽁초에 남겨진 DNA가 일치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되는 등 혐의와 관련한 정황 증거는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 수사당국은 전 씨를 추궁할 전망이다.
이날 일본 경찰은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지만 향후 혐의 규명 여부에 따라 폭발물 단속 관련 법규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수사 과정에서 야스쿠니 현장에서 발견된 건전지, 타이머 등 물품의 구입 경위 등을 규명하기 위해 일본 경찰이 한국에 형사사법공조조약에 따른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피의자 신병이 일본 쪽으로 넘어간 만큼 신병 인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은 없어졌다.
2011년 12월 야스쿠니 신사의 문에 화염병을 던진 뒤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류창(劉强) 사건 때는 일본의 신병인도 요구에 대해 한국 법원이 인도 거부를 결정함에 따라 사안은 양국관계 악화의 불씨가 됐다.
전 씨가 일단 자기 발로 일본에 온 만큼 류창 사건때와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게 됐다.
하지만 향후 수
양국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주장하며 이번 사안이 한일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을 피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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