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사이에 비자면제협정이 시행되고 있지만 과거 중동지역을 다녀온 사람은 앞으로 미국에 갈 때 반드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미국 연방 하원은 8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개정안을 찬성 407표, 반대 19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4개국 국민과 최근 5년 이내에 이들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비자면제프로그램과 관계없이 반드시 비자를 받아야만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 이들 4개국이 요주의 테러리스트 근거지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또 여권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 4월부터 지문 등 생체정보가 담긴 칩을 내장한 전자여권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인터폴 범죄기록 등 여행객 신상정보 공유도 확대된다. 여행객 신상정보 공유를 거부하거나 소홀히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할 방침이다.
향후 연방 상원 의결과 백악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부터 새 비자면제프로그램이 시행될 전망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비자면제프로그램 개정안과 총기규제 강화 법안을 연계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의사일정이 미뤄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샌버나디노 무차별 총격 테러 발생 이후 위험인물의 입국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연내 법통과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미국 본토에서도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만든 법안이다. 법안 주요 발의자인 공화당 캔더스 밀러(미시간) 의원은 “비자면제프로그램이 도입된 30년 전과 비교해 세계는 매우 많이 달라졌다”며 “많은 위협이 있는 가운데 입국자들을 엄격히 심사할 필요가
1986년 도입된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은 특정 국가 국민이 관광이나 업무를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경우 90일까지 비자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한국을 비롯해 38개국이 이 프로그램 적용을 받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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