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카메라로 ‘액션캠(카메라를 신체에 부착해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영상)’ 시대를 연 미국 스타트업 ‘고프로(GoPro)’는 지난 2014년 6월 상장한지 3개월 남짓돼 회사가치가 130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이달 중순 고프로는 실망스런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은 뒤 주식이 폭락했다.
22일(현지시간) 현재 시장가치는 10분의 1수준인 14억 달러로 주저앉았다.
미 증시가 한파 속에서 한 해를 맞이하며 작년 한때 ‘유니콘’(상상속의 뿔 달린 말)으로 불리던 스타트업 열기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들이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멸종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증시 폭락, 중국쇼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칵테일형 위기’ 앞에서 겁먹은 투자자들이 ‘기업 잠재력’을 포기하고 안전자산을 찾아 줄줄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포춘지에 따르면 IPO 리서치펌 르네상스캐피탈은 이달 중순 “사라지는 기술기업 IPO“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IPO에 나선 기술 스타트업은 총 23곳에 그쳤다. 2012~2014년에 평균 36곳 업체가 IPO에 나선 것과 비교해 급락한 수치다. 무엇보다 2015년 하반기에 IPO에 나선 업체는 23곳 중 고작 7곳에 그쳤다. 8월에 일어난 중국발 증시 폭락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르네상스캐피탈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스트트업 상장 회피 추세가 올해는 절정에 이를 전망이라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안에 IPO에 나설 예정을 갖고 있는 기업이 고작 4곳에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 같은시기에 조사했을 때는 12~14곳의 업체가 IPO가 답했는데 ‘반의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캐슬린 스미스 르네상스캐피탈 회장은 “시장이 싸늘해진 만큼, 기업 시장가치 평가액도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올해 상장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스타트업들 시장가치는 10억 달러에 훨신 못미치고 있다. 유니콘 축에 끼지도 못하는 기업들인 셈이다. 증시 악화 속에서 투자자들이 과감한 베팅을 주저하면서 ‘잠재가치’로 평가받는 스타트업 기업가치도 덩달아 수직낙하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벤처캐피탈(VC)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총 272억달러로 집계됐다. 3분기에 비해 30% 폭락한 액수다.
이젠 내실이 꽤 있는 스타트업의 가치조차 추락하기 시작했다.
핀테크를 이용한 P2P대출 기업으로 유명한 ‘렌딩클럽(Lending Club)’ 이 대표 사례다. 이기엎에는 한때 구글과 알리바바까지 투자하겠다고 덤벼들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대비 100% 넘게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 주식도 IPO 당시 주가(15달러)의 반값에 못 미치는 8달러 선에서 팔리고 있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증시탓에 자본이 대거 이탈한 까닭이다.
스타트업 투자 엑소더스(대탈출)는 이제 증시를 넘어 비상장IPO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PO를 꺼리는 스타트업은 비상장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벤처캐피탈이나 개인투자자 들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전략도 올해는 통하기 어렵게 됐다. 비상장회사로 머물러 있던 스타트업 SNS업체 포스퀘어는 몇 년 전 기록한 6억5000만달러의 절반에 못 미치는 평가액을 이달 중순 받아들었다.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도 ‘유
리처드 윈저 에디슨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2016년 기술기업 IPO 업계는 최악의 상태로 한 해 시작을 맞이했다”며 “유니콘과 당나귀(유니콘 아닌 스타트업)를 구분해내는 작업이 무자비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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