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영화산업 중심지인 할리우드는 ‘계륵’과 같은 존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LA 주민들 사이에서 할리우드가 엄청난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도 지역 경제발전에는 보탬이 되지 않는 데다 백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그들만의 세계’라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주간지 LA 위클리는 28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LA는 왜 할리우드를 증오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지방정부로부터 16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라는 엄청난 감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지역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LA경제개발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LA카운티 민간 영역의 일자리 95%가 할리우드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일 아침 할리우드 인근 지역에서 극심한 차량정체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상관이 없는 직장인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할리우드가 LA 인근에 있어 ‘경제적 낙수효과’(부유층의 투자ㆍ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나타난다는 것)도 근거 없는 말이라고 LA 위클리는 지적했다.
LA 카운티에서 인종별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히스패닉(중남미 출신)계의 연간 1인당 수입은 2만 7749달러(3346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LA 주거비와 생활비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다. 월수입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충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할리우드가 위치한 LA 서부 지역의 주택가격(중앙값)는 100만 달러(12억 원)를 웃돌고 있다. LA 시민 95%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인종다양성 측면에서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끔찍할 정도로 LA 인구비율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LA 위클리는 꼬집었다.
지난해 1013만6000명인 LA 카운티 인구 가운데 히스패닉계는 절반에 가까운 47.9%로 가장 많고, 백인 27.5%, 아시안 13.7%, 흑인 8.1% 순이다.
반면, LA 캘리포니아대(UCLA)가 지난해 발표한 ‘할리우드 인종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영화 스튜디오의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의 94%가 백인(남성이 100%)으로 조사됐다.
또 영화 스튜디오 임원의 92%, 영화감독의 88%, 시나리오 작가의 92%, 메이저 연예기획사 대표들의 90%가 각각 백인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석으로 아카데미상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 배우들이 지명된 것은 우연한 게 아니라고 LA 위클리는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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