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지난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소아마비,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특히 지카바이러스와 소두증 발병간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포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주 28개국으로 지카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진데다 진원지격인 브라질에서 오는 8월 개최되는 리우올림픽을 전후해 지카바이러스 ‘팬데믹’(Pendemic·대유행) 이 초래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조기 비상수단을 쓸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소두증과 지카바이러스간 관계가 밝혀질때까지 무작정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고 공중보건 비상사태 발동 배경을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WHO 연구진들이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 6~9개월까지 걸릴수 있다. WHO는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1만1000명이 사망한 에볼라 바이러스 때도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사망자 발생 후 뒤늦게 비상사태를 선포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긴급위원회 종료 후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번 조치는 당시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보건규정에 따라 이날 소집된 지카 바이러스 대책 긴급위원회가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국제 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냈기때문에 앞으로 WHO는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지카 바이러스 박멸에 최우선으로 배분할 예정이다. 우선 WHO를 비롯한 국제 의료 기관들의 재원이나 인력이 지카 바이러스 차단과 백신, 치료제 개발에 집중 투입된다. 지카바이러스 감염 진단법도 개발하고 모기박멸에 필요한 소득조치 등과 함께 임신부와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지카 바이러스 정보제공 활동도 강화한다.
하지만 문제는 감염자의 80% 이상이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질병 추적과 확산 차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에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찬 총장은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보호조치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 개체수를 통제하고 특히 임신한 여성 등 개인들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엘니뇨(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가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증폭시킬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기온 상승으로 남미 지역에 폭우와 홍수나 빈번해지면서 모기 개체수가 늘어나 모기를 매개로 하는 전염병이 창궐할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을 감수하고 임산부들의 하계올림픽 때 방문 자제를 권고한 브라질은 민간시설에 자유롭게 진입해 방역작업을 할 특별 권리를 부여하는 등 지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숲 모기 박멸을 위해 브라질 군병력의 60%에 달하는 22만명을 방역 작업에 투입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날 아메리칸사모아, 코스타리카, 네덜란드령 큐라소, 니카라과 4개국에 대해 여행경보를 내렸다. 이로써 미국이 임신부들의 여행 자제를 권고한 나라는 기존 24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어났다.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신부 4명을 포함해 36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발병사례가 나타나면서 비발병국가인 일본과 중화권도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일 지카 바이러스를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후생노동성은 지카 바이러스를 감염증법상 뎅기열, 광견병 등과 같은 ‘4류감염증’으로 지정하고 환자 발견시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감시 체제를 강화했다. 또 환자 발생시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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