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0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경제지표가 악화되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말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던 미국마저 경제가 삐거덕거리자 다시 통화완화 사이클로 유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까지 통화 긴축에서 한발짝 물러나면서 전세계적인 통화완화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발언과 관련, 월가 전문가들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인상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빨라야 6월이나 돼야 추가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가금리 인상 횟수도 기존 4차례에서 이제는 1~2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이 한참 뒤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으면서 당장 미국 달러화가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 가치는 미 경제지표 부진 여파로 이달 들어 빠른 하락세를 보였는데 옐런 의장 미 하원 청문회 발언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1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달러당 113엔대에 진입했다. 이에 더해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달러 대비 엔화값이 1년 4개월래 최고치인 112엔대로 치솟을 정도로 엔화 강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됐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 직후 121엔대까지 하락했던 달러당 엔화값이 불과 10여일 만에 112엔대로 폭등하자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한계론이 불거되고 있다. 금융완화에 의존해온 아베노믹스가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달러당 엔화값 112엔은 1년 4개월전인 지난 2014년 10월 31일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한 당시 수준이다. 엔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일본은행의 바람과는 달리 주요 증권·은행들은 엔화값이 110엔대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엔화값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기업들의 해외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 투자와 임금 인상도 위축돼 결국 소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일본은행 최종 목표인 디플레이션 탈출 선순환 구조가 깨지게 되는 셈이다.
스즈키 겐고 미즈호증권 팀장은 “미국 금리인상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 약세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 엔고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더욱 강도높은 금융완화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마이너스 금리 폭을 초기 -0.1%에서 -1%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처럼 달러 약세를 힘겨워하는 경쟁국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시도를 잇따라 벌일 경우 글로벌 통화전쟁 양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3월 추가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이는 유로화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의 절하 가능성도 끊임없이 대두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옐런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영향과 도입의 합법성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정책 실효성뿐 아니라 금융시장 파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마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